룬드대학교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ASC) 이용 후기
10월 16일, 스웨덴 대학 2021년 가을 학기 입학 지원 전형이 시작되었다. 작년 이맘 때에는 나 역시, 지원 서류를 꾸미고 CV와 Motivation letter를 작성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딱 1년이 지난 현재, 내가 꿈꾸던 바쁨을 살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즐겁지만, 그만큼 꽤 힘들기도 하다. 이제 갓 4개월 차에 접어든 새내기 대학원생의, 유학생의 힘듦을 덜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룬드대학교에서는 나와 같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도움을 받았고, 오늘은 그 후기를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룬드대학교에는 학생들의 학업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ASC: Academic Support Center)가 있다. 대부분 스웨덴의 대학들은 학생들을 위해 이러한 학업 서포트 서비스를 비슷한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룬드대학교의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은 대학마다 명칭이 다르니 아래 예시를 참고.
- KTH: Center for Writing and Rhetoric (CAW)
https://apps.lib.kth.se/mrbs/week.php?year=2020&month=11&day=21&area=5&room=29
- Gothenburg University: The Unit for Academic Language (ASK)
사실 국내 대학에서 학부생활을 할 때는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을 잘 체감하지 못하였는데, 스웨덴에 오니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공부할 때와는 달리,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학업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이 다소 느껴진다. 그래도 수업이나 세미나 등은 큰 무리없이 따라가고 있었는데, 정형화된 형식의 긴 글을 써 내야 하는 기말 에세이의 경우는 조금 막막했다.
기말 에세이 instruction을 읽고 있는 당시 나의 심정은 마치... 이별택시 가사 같았다.
그래서 에세이 마감을 약 한 달 앞두고, 미리 무언가를 하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되었다.
2학년 선배들로부터 룬드대학교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의 예약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하기로 했다. 참고로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에서는 에세이 피드백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피드백, 리딩 방법 등 학업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홈페이지(https://www.lunduniversity.lu.se/current-students/academic-matters-and-support/academic-support-centre)에 접속한다. 그러면 우측 상단에 'The ASC offers individual consultations on Zoom'라는 탭이 보인다. 이 탭을 클릭해서 들어가면, 신청서가 있다.
신청서에 연락처, 소속 프로그램과 같은 인적사항과 컨설팅을 받고 싶은 간단한 내용을 작성하고 제출한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Zoom을 통한 온라인 미팅 또는 전화 미팅만 이루어진다.
평일에 신청하면 보통 당일에 바로 이메일로 연락을 받을 수 있다. 컨설팅을 담당하시는 분이 직접 메일을주신다. 이메일을 통해 컨설팅 날짜와 시간을 확정했고, 그 당일 오전까지 피드백 받기를 원하는 에세이와 에세이 instruction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보통 이렇게 이메일을 주고받는 단계에서 원하는 날짜, 시간이 한 번에 예약이 잡히는 경우가 꽤 힘들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한 달씩이나 미리 예약을 신청해서 수월했던 것 같다. (참고로 약 일주일 후에 비슷한 날짜로 예약을 신청한 친구들은 신청에 실패했다.)
예약을 잡고 본격적으로 개인 프로젝트 진행과 에세이 작성을 시작하였다. 기말 에세이 작성에 관한 내용은 굉장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고, 기말 에세이를 조만간 또 작성할 일이 있어 별도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미팅이 진행되기 1-2시간 전쯤, 에세이에 대한 간략한 피드백을 이메일로 먼저 받게 된다. 그러면 우선 그 내용을 잘 숙지한다.
위와 같이 에세이 초안 중 A4 6장 분량 정도의 내용에 관해 피드백 내용이 적힌 Pdf 파일을 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저 부분은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기도 했고, 그만큼 고친 부분이 많은 페이지라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대략 어떤 방식으로 사전 피드백이 오는지 참고하시기 바란다.
컨설팅 시간이 되면, 사전에 받은 줌 미팅 룸으로 접속한다. 미팅은 약 50분동안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한국어의 어순에 더 친숙한 나는, 문장 구조에 관한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았다. 단어 선택에 관해서도 몇 가지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데 굉장히 인상깊었던 점은, 일방적인 피드백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문장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는 이 어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와 같은 의견 전달보다는 '이 문장에서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첨삭의 방식으로 예상하다가 이런 질문 세례를 받으니 조금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 질문들 자체가 내가 쓴 글에 대해서 나부터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했고, 당연히 본인이 쓴 글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배경과 의도를 설명함으로써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도 내 글을 조금 더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피드백을 줄 수 있게 했다. 수업, 세미나, 팀 프로젝트도 모두 그렇지만,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선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참여하는만큼 퀄리티가 달라진다.
미팅에서 받은 피드백에 따라 revising을 진행했다. 에세이 마감일 직전에 컨설팅을 받았기 때문에, 마지막 revising인 셈이였다. 혼자서 revising을 할 때, 글을 소리 내어서 읽어보라고 조언을 받았다. 글자로 읽을 때보다 소리로 들을 때, 어색한 문장 구조나 어색한 어휘 등이 더 눈에 띤다고 들었다. 조언 받은대로 차근차근 다시 글을 읽어보며 에세이를 마지막으로 수정했다.
덕분에 에세이 마감일에 굳이 맞추지 않고, 전 날 밤에 미리 에세이를 제출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제출한 후, 천천히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를 통해서 받은 미팅에 대해 생각해보니, 굉장히 만족스런 피드백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루뭉술한 피드백이 아니라, 바로 내 글에 적용할 수 있는 건설적인 피드백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아직 에세이 평가가 나오기 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에세이가 좋은 방향으로 수정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룬드대학교의 Media and Communication Studies 프로그램은 시험이 거의 없고 대부분 기말에세이로 성적 평가를 진행한다. 1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수업도 1월 중순까지 제출해야 하는 기말에세이가 있다. 이번에는 두 달 전에 이미 예약을 잡아두었다. 사실 이렇게까지는 미리 예약을 잡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그만큼 저번 피드백이 효과적이었다는 뜻이 된다.
흔히 문과라 불리는 인문 및 사회과학 계열 프로그램에서는 이렇게 시험보다 에세이를 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관련 분야로 이미 공부하고 계식나 앞으로 유학 예정이신 분들은 룬드대학교의 아카데믹 서포트 센터와 같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커버이미지 (Cover Image, Photo: Cecilia Larsson Lantz/Imagebank.sweden.se)
스웨덴 유학 생활 이야기를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스터디인스웨덴(Study in Sweden Korea) https://www.youtube.com/c/StudyinSwedenKorea/vid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