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유학 원서 마감 후에는 뭘 해야 할까?
접수가 끝나고 난 뒤-, 빠바밤.
1월 15일, 드디어 2021년도 가을학기 입학을 위한 스웨덴 대학 지원이 마감된다. 지원하신 분들 모두 너무 고생하셨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보면, 1월 지원 마감에, 4월 발표, 출국은 8월일텐데... 꽤 오랜 기간이 남았다. 이 때 문득 드는 생각,
정말 산 넘어 산이다. 그렇다면 작년 이 맘 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나름대로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했던 기억을 되짚어보며, 앞으로 7개월이란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작년의 나와 같은 분들을 위해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하려고 한다.
모든 것은 '나는 결국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게 될 것이다(=합격)'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는 하던대로 평소의 일상에 충실하기이다. 일을 하시던 분은 열심히 일을, 공부하던 분은 하던 공부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시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회사 사정에 따라서 퇴사 혹은 휴직 예정을 보고하시고 일정을 미리 조율하시면 될 것 같다. 한편, 졸업 예정자이신 분들은 예정대로 졸업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는지 재학중인 학교의 졸업요건을 꼭 더블체크 하시길 바란다. 그냥 인터넷이나 서류로만 확인하는 것보다, 직접 학과 사무실이나 관련 부서를 방문하여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나는 원서 준비에 몰두하기 위해 이미 퇴사를 한 상태였고, 원서 접수가 끝난 뒤부터는 출국 직전까지 잠깐 프리랜서로 일을 다시 시작했다. 유학을 위한 예산이 더 필요하기도 했고, 이때 바짝 일을 해두는 것도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국까지의 6-7개월이 길다면 긴 시간이니까. 혹시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이 시기를 활용해 아르바이트 등으로 유학 예산을 모으는 것을 추천드린다.
지원한 석사 프로그램들은 학부 전공이었던 사회학을 연계전공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무사히 지원을 할 수 있었지만, 엄연히 사회학과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학문이기 때문에, 동일 전공으로 석사에 오는 학생들에 비해 전공 지식이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입학을 하게 되면 첫 번째로 듣게 될 수업의 필수 리딩들을 미리 읽었다.
스웨덴 대학 원서 접수를 해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대부분의 스웨덴 대학들은 수업에 관한 정보들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스웨덴어 뿐만이 아니라 영어 페이지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국제 학생들에게는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 현재 전공 중인 프로그램의 코스들은 실라버스도 항상 스웨덴어,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리딩 자료들은 홈페이지 상의 Course Reading List 카테고리와 수업 실라버스를 참고하여 선택했다.
사실, 학과장 교수님 최근 논문들은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 미리 읽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깊이있게 읽지는 못했다는 생각에 교수님 논문들을 처음부터 다시 정독 해보았다. 또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특성상 영화제에 같은 행사에서 교수님이 스피치를 하시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해당 스피치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또한, 소속 프로그램에서는 매년 우수 졸업 논문을 하나로 묶어 'Förtjänstfulla examensarbeten i MKV (FEA)'라는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다. 이 역시 학과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열람할 수 있다. 관심있는 주제의 졸업 논문들을 미리 읽어보며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것을 배우겠구나, 나중에 졸업 논문은 이런 식으로 쓰는구나를 어느정도 파악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순위로 지원해서 현재 재학하고 있는 룬드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 관해서만 관련 서적과 논문을 미리 읽었다. 차순위 프로그램들도 비슷한 계열이라 충분히 찾아볼 수도 있었는데, 1순위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합격을 시켜준걸까.
교환학생 때 기본 스웨덴어 수업에서 사용했던 Rivstart A1+A2 교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원서 접수 후, 해당 교재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 교재에 나와있는 링크(https://digital.nok.se/web/site-709522/state-jurdcojshercytzr/front-page)로 접속하면 음성 파일을 들으며 온라인으로도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이런 스웨덴어 교재가 없더라도 간단한 스웨덴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다른 언어들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유튜브 검색만 해봐도 스웨덴어를 알려주는 컨텐츠들이 꽤 있다.
스웨덴 유학을 오지만 굳이 스웨덴어를 배워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국제 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특히, 스웨덴에서의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웨덴어를 반드시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웨덴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굳이 취업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기회를 찾기만 한다면 실생활에서 스웨덴어를 사용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그 짧은 시간에, 그것도 독학으로 한 공부로 스웨덴어를 유창하게 알아듣거나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매장에서 물건을 결제하면 거의 항상 듣는 말인 '영수증 드릴까요?', '봉투 필요하세요?', '회원이세요?'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런 표현들은 사실 너무도 간단하고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스웨덴어를 아예 공부해오지 않았다면 분명히 듣고 동공지진이 일어났을테니까.
이번에 스웨덴에 오면 퍼스널 넘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무료로 제공되는 스웨덴어 수업인 SFI(Swedish For Immigrants)를 수강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강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코시국(코로나시국)으로 인해, 수업 관련한 사항들에 변동이 많았고, 그 때문인지 9월에 인터뷰를 보고 1월인 지금까지 나는 따로 반을 배정받지 못한 채 여전히 대기명단에 있다. 길면 6개월까지도 기다리게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나마 스웨덴어를 조금이라도 미리 공부해 온 것이 참 다행이다.
*Tip
최근에는 SVT Barn(EBS 같은 교육용 방송 플랫폼) 어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를 통해 스웨덴어를 공부 중이다. 아무래도 유아 및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다보니, 스웨덴어 초보자 레벨에게 이만한 공부 소스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스웨덴어 자막도 제공되니 공부하기에 최적이다.
어쩌면 이 시기가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지도 모른다. 수능 끝난 입시생들이 '대학교 입학 전에 뭘 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일단 놀아!'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스웨덴 유학이라고 해서 간혹 동화와 같은 일상이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아니라고 할 것 같지만 일부는 사실이다. 리딩과 과제, 발표, 에세이에 치이는 것은 동화 속 주인공의 시련이고, 종강은 해피엔딩이라고 본다면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결국에 공부하러 오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
따라서 고된 학업 생활을 앞두고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마지만 제안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다. 필자는 평소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성격이라 여러가지 나름 시도를 해 본 것이지만, 아주 친한 지인이 스웨덴 대학 지원을 끝냈다고 한다면 가장 추천할 선택지이다.
앞서 언급한 제안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선택지를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아마 그게 자신에게 가장 맞는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 아, 그리고 한 마디만 더 덧붙여야지.
이 글을 읽고 계신 지원자 분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셔서 2021년 8월 이곳 스웨덴에서 뵙길 바랍니다! :D
Lycka till!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Alexander Hall/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