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 자신이 곧 상담의 도구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좋은 도구로 다듬어지길

by 진현정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스콧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책을 계기로 다시 심리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학교로 돌아가 처음 들은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상담의 도구는 상담자 자신이다.
그 말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늘 스스로에게 던지던 질문들이
그 말 한마디에 응축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후 대학원 입시에서 그 교수님이 출제하신 질문이
‘상담자는 도구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라’였을 때,
나는 이 말과의 인연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문장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 과정 속에서 상담자의 지식과 경험, 기술과 정신, 그리고 사람됨이
하나의 재료로 녹아들어 간다.

내담자와 신뢰로운 관계가 형성된 후에야,

비로소 치유와 성장의 과정이 시작된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삶과 그분들의 삶이 교차하는 듯이 느껴진다.
때로는 내가 그 나이였을 때를 떠올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겪었던 기억을 되새기며
같은 감정에 닿아보려 한다.
그 경험들이 실마리가 되어
내담자와의 연결점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분들의 삶 속에서 희망과 존귀함을 발견하듯
그분들 또한 자신의 삶에서 같은 빛을 발견하기를 늘 바란다.


최근에는 상담자의 ‘사는 방식’ 자체가
내담자에게 영감이나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안주보다는 도전을,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하려 애쓴다.


상담자가 도구라는 말에는
두 겹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낀다.
하나는 상담자가 자신이라는 도구를 통해 상담을 이끌어간다는 뜻,
그리고 또 하나는 상담자가 더 큰 초월적 힘에 의해 쓰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종종 상담 중에 “내가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느낀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
“이 시간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게 해 달라”는 짧은 기도를 드린다.
상담 도중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나는 조용히 내면 깊은 곳으로 물음을 던진다.
그러다 내 안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울림이 있을 때면,
그것은 내 지식이 아닌, 더 큰 힘의 인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도 ‘도구로서의 나’를 조금씩 다듬어가고 싶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시 다니며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

‘상담자로서의 사명문’을 작성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때 썼던 다음의 글을, 계속해서 나를 이끄는 마음의 지침으로 삼고자 한다.


“나는 한 사람의 삶이라는 신성한 여정에 초대받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그 여정 속에서 나의 지식과 삶의 경험,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다해

함께 성장하고 치유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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