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싱의 순간
예전 직장에서 2박 3일 연수를 갔을 때였다.
목적지까지 대형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나는 상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부서 직원분들과는 크게 교류가 없었다.
직접 관련 있는 몇몇 분들 외에는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
평소 잘 모르던 분들과 한 버스를 타고 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색했고, 불편했다.
그 낯선 공기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조용히 내 안의 느낌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단지 어색함과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조금 더 깊이 집중하다 보니
내 마음 한켠에 작게 쪼그라들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겁먹고, 위축되고,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작은 나에게 마음으로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 존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때, 그 작은 내가 느끼고 있던 것은 ‘추움’과 ‘외로움’이었다.
그래서 상상으로 그 아이에게 따뜻한 햇볕을 쪼여주었다.
그렇게 마음으로 온기를 보내주자
작게 웅크려 있던 ‘나’가 점점 생기를 되찾는 듯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를 둘러싼 불안과 어색함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의 경험은 내게 참 신기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 안에서 소외받고 있던 나를 만나고,
그 존재를 따뜻하게 품어준 경험.
그것이 '포커싱(Focusing)'이라는 상담 기법임을 알아채고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한참 후였다.
그 당시에 이론으로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체험으로 그것을 경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포커싱은 인간중심치료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제자이자
철학자·심리학자인 유진 겐들린(Eugene Gendlin)이 창안한 기법으로,
단순히 생각이나 감정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느껴지는 막연하지만 생생한 내적 감각 — ‘펠트 센스(felt-sense)’ — 에
조용히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이다.
그 느낌이 말해주려는 것을 다정히 들어주고,
“지금 너는 무엇을 필요로 하니?” 하고 물어보는 과정 속에서
감정이 조금씩 변하고 풀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것을 ‘펠트 시프트(felt shift)’, 즉 ‘느낌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날 버스 안에서 내가 했던 것도 바로 그 과정이었다.
내 안의 작고 불안한 나에게
“괜찮아, 네가 따뜻해지길 바라.”
그렇게 마음으로 햇볕을 쪼여주며 머물러준 것.
그 단순한 행위 속에서 내면의 긴장이 풀리고
새로운 안정감이 피어올랐다.
그 후로 나는 가끔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불안하거나 위축될 때면,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안의 작은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무엇이 필요하니?”
그때마다 내 안의 목소리는 다르지만,
언제나 그 대화의 끝에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나가 서 있다.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은 연습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하고, 마음이 움츠러들 때 —
조용한 곳에 앉아 눈을 감고
1. 내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2. 그 감정에게 “무엇이 필요하니?”라고 다정히 물어보세요.
3. 그리고 그 대답이 무엇이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따뜻하게 머물러주며
4. 필요한 것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포커싱’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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