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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Apr 17. 2023

23-8. 이름의 사연

HugoBooks _ 우고의 서재

현대사회에서 쥐고 태어나는 수저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또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뿐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유전자는 전세계 인구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탄생의 순간 누군가는 가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지고 태어나지 못하는 것이 많지만, 딱 한 가지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모두가 평등하게 가지고 태어난다.

그 것은 바로 이름이다.

물론 출생신고를 하는 순간까지 태명이나 예명으로 불리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조차도 또 다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사연 없는 묘비가 없는 것처럼, 우리 이름에도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아닌데 내 이름은 아빠가 대충 지었다던데?"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사연이 아닐까 싶다.

내 이름에도 사연이 있는데, 형의 이름과 연관이 있다.

우리집 장남은 원래 '정효식' 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살아갈 뻔 했다. 하지만 친척중에 누군가가 먼저 효식이라는 이름을 선점하는 바람에 '정경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묘하게 두 마리를 시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에서 경민이라는 느낌상 세련된 이름을 갖게된 형을 보며, 난 참 다행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정말 가까운 친척들은 아직도 우리형을 효식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름에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아빠는 내심 '효식' 이라는 이름을 빼앗긴게 분했던 것 같다. 시골에는 '식'자를 돌림자로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과감하게 형 이름에 '민'을 붙여 버렸다. 일종의 빡침의 표현이었는지 뭔지 모르겠다.

그래도 '효'자는 꼭 내게 주고 싶으셨는지, '정효민'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탄생했다. 한자로 '효도 효'에 '민첩할 민'인데 뭐 뜻도 이상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효도하라는 뜻인 건지. 아마도 단순히 '효'의 탈취와 '민'의 돌림자 생성이 목표라 한자 풀이는 생각치 않으셨던 것 같다. 물론 내 추측이지만, 아직도 내 이름 한자 뜻을 추궁하면 답을 못하시는 걸로 봐서는 합리적 의심인듯 싶다.

그렇게 내 밑으로 사촌동생들은 소민, 태민, 정민 줄줄이 '민'들이 탄생했다.

이 책에도 우리나라의 특이한 이름 문화로 '항렬'을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항렬에서는 같은 돌림자를 사용하는 문화로 앞서 우리집으로 보면, '민'자가 그렇겠다.

우리나라에서 돌림자를 사용하게 된 주된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고대, 중세, 근대까지 육지와 바다로 길이 통해 경제, 정치, 국방에서 큰 이점을 가져 빼앗고 싶은 땅이었다.

그래서 전쟁으로 인해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엔 '나주 정씨 덕성공파 36대손 돌림자는 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우리 가족인지 아닌지를 나중에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러시아 이름에서 자주 보이는 '~sky', 네덜란드의 'Van~', 북유럽의 '~son' 등이 그 이름을 가진 자들의 출생지나 집안을 말해준다는 사실.

'살바도르 달리'는 사실 죽은 자신의 형 이름을 부모님이 그대로 붙인 것이었고, 죽은 형을 대하듯 부모님이 대해 달리가 일종의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여성 이름 중에 '영자', '순자', '길자' 같이 '자'라고 붙는 이름이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관련있다는 사실도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송영웅 작가의 <이름의 사연>은 나도 가지고 있고 너도 가지고 있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생각해보니 작가님의 이름도 어린시절부터 참 많은 놀림과 때론 비아냥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FC 홈 경기에서 상암을 매진으로 만들어버린 가수 '임영웅'의 이름과도 같아서 작가님이 네이버에 1번으로 뜨려면 엄청난 상대와 경쟁해야 되겠다는 ENFP 다운 생각도 해본다.

나도 '효리네 민박', '슈가맨' 등을 제작한 '정효민' PD 때문에 결코 포털사이트에서 1등은 절대 못해볼 것 같지만 말이다.

송영웅 작가는 이 책 전에도 <수상한영화들의 수상한제목> 1편과 2편을 출간해 많은 재미를 주었다. 아무쪼록 이번 책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겁게 읽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읽어보기를 추천도 하며,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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