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덕분에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어느 칼럼니스트의 글인데, 고기만 등급이 있는 게 아니라 말도 그러하다는 (내용은 좀 다름) 것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품위 있는 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 말과 관련된 표현이 많다.
가끔 유행어를 따라 하면 재밌기도 하지만, 때와 장소, 분위기를 잘 봐가며 써야 한다.
괜히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이 봤다.
정치판에서도 말을 너무 쉽게 함부로 하는 바람에 자신의 입지가 곤란해지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나에게도 말 때문에 하마터면 인연을 끊을 뻔한 경험이 있다.
아주 오래전인데, 발단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의 전화가 왔고, 매번 만나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도 아니라, 어쩌다 한번 뜬금없이 안부를 묻는 데, 긴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그리고 내가 먼저 전화한 적도 없다.
그래도 가끔 잊지 않고 찾아주니 반갑기는 했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 당시 나는 좀 뾰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특히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는 화가 났고,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받아치지는 못해 뒤돌아 곰곰이 생각하곤 했다.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어떻게 저런 단어가 입에서 나올까,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말할까.' 이게 문제였다. 그냥 처음부터 딱 잘라서, " 네 말에 나는 기분이 나쁘다. "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 아님 농담은 농담으로 받든 지.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말은 가히 충격적이라 아직도 기억난다.
" 우리 친구들이 모이면 이런 말 한다. 40이 넘은 여자는 썩은 사과라고"
그때 정말 기분이 더럽고 불쾌했다.
다른 이야기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 딱 그 말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이 그런 말 한다는데, 친구를 보면 그 사람도 알 수 있다.
그렇게 저질인 줄 몰랐고, 순간 화가 치밀었으나 그저 담담하게 대처하고 넘어갔다. 사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 ** 는 이런 걸 농담이랍시고, 말을 옮기더라. "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가 참으로 지혜롭지 못해, 어리석게 그런 말을... 옮길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지."
그렇다. 눈치가 없고 지혜가 없어 벌어진 일이라고 넘겼지만, 좀 괘씸했다. 안 보이는 곳에선 더한 농담도 하겠지.
말은 생각의 반영이고 경험치를 그대로 옮겨준다고 믿는 나로선, 정말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이후 전화번호를 삭제했다. 받기도 싫고 그 이름도 보기 싫었다. 다른 면모는 보이지도 않았다.
안 보면 궁금한 사이도 아니니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억나는 것을 보니, 여전히 나는 용서가 안된 체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연말이다.
아쉬움도 설렘도 동시에 드는 12월.
서로에게, 특히 나에게, 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잘 견뎌냈으니 칭찬의 말 한마디 해 주는 건 어떨까.
말은, 돌고 돌아 그 말을 뱉은 당사자에게 되돌아온다고 하니, 사기를 북돋아주고 힘을 내는 말은 자주 하면 좋지 않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데, 왜 그리 야박할까.
아마, 그 말을 던진 당사자는 기억도 못하겠지? 생각도 안 날 거야. 생각 안 하고 말했을 테니.
그때 이렇게 말할걸.
흥칫뿡! 앗, 이런 말 적으려던 건 아닌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