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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Jan 13. 2024

누가, 어떻게 성공했을까

공연 티켓 예매

접속까지 1분 10초 남은 상황

예매 오픈은 지난 9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였다.

나는 30분 전부터 대기했다. 예술의 전당, 롯데 콘서트 홀, 서울 시향, 인터파크 4곳에서 동시에 열리니 경쟁률로 보면... 그런 걸 생각하고 따져볼 필요도 없다. 그저 당일 운에 맡긴다. 

아쉬운 건, 이번 공연은 '후원 및 협찬사 좌석 소진 후 ' 남은 좌석을 확보해야 하므로, 구매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 그래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모두 대기상태에 돌입했다.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아이폰의 팝업창도 열 수 있게 설정, 컴퓨터 속도를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파일도 모두 삭제하는 등 열심이다.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님에도, 추후 하나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접속까지 1분 10초 남겨둔 상황,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작년부터 계속 불발, 이걸 내 탓이라고만 해야 할까. 내 손가락이 더듬거린 탓이라고. 매크로 프로그램 운운하지만, 모든 공연이 그런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사양을 더 높여야 할까 하며 잠시 고민했으나, 표를 구한 이는 행운이라는 결론에 도달, 깊이 있게 분석한 것도 아니다.


작년에, 예매 취소 표가 1장 남았을 때 망설이다 결국 날린 걸 떠올리며- 28만 원, 딱 한 좌석. 이번 공연은 가장 비싼 티켓은 15만 원- 올해는 생각도 고민도 하지 않고 구매해야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본 공연은 1월 25일 목요일 예술의 전당과 26일 롯데 콘서트홀에서 두 차례 열린다. 서울 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  <2024 서울 시향 얍 판 츠베덴의 새로운 시작>

새 악장으로 바뀐 서울시향의 신년음악회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사실 나는 임윤찬의 연주를 "직접" 듣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100% 피아니스트를 보기 위해서다.



2:00 정각, 접속에 성공.

접속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았으니, 이번엔 순조롭구나. 출발이 좋은 데?

좌석이 벌써 몇 남지 않았다.

클릭, 

이미 선택한 좌석입니다.

다시 클릭,

이미 선택한 좌석입니다.

여기, 저기, 거기, 저~멀리, 1,2층 알파벳(좌석등급) 따질 처지가 아니다.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밝은 색이 표시된 좌석이 보이면 무조건 누른다. 뒷일은 모르겠다. 위치며 시야방해며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일단 구하면 그만.


1분 10초 정도 지났을까.

전석매진.


허무함이 몰려온다. 

뭐, 예상한 거 아니었어? 아님 정말 성공할 거라 믿었나 봐.

기대했던 것 자체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까.

너무 빨리 끝나버려, 에너지 소모는 크지 않았으나, 자꾸 미련이 남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전화예매할걸...

그나마 인터파크가 원활하다는 정보, 팁을 알고(?)-팁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소한- 공략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누가, 어떻게, 성공했을까? 붙잡고 묻고 싶다. 비결이 있다면 전수받고 싶다.



그리고 3일 뒤. 12일 아침 8시. 예매대기에 들어갔으나, 역시 이것도 실패.

무리수를 둔 걸까. 

결국 그날 저녁, 극장을 찾았다.

<크레셴도>를 보기 위해.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피아노 경연대회에 참여하고 우승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 23.12.20) 

영화는 16일까지 상영인데, 물론 나중에 구입해서 볼 순 있지만, 이마저도 놓치면 더 아쉬울 것 같았다.

mind over matter이라고 최면을 건 체, 피곤함을 무릅쓰고 극장까지 갔다. 몇몇 영화관에서만 상영하는 데  집 근처엔 너무 늦은 밤 시간뿐이라, 다른 곳을 찾았다.

극장화면의 빛이 피로함을 가중시킨다. 콘서트홀에서 감상하면 이렇게 눈이 부시고 아프지는 않을 텐데.... 하며 아쉬운 점을 굳이 찾아내려 든다. 


영화가 시작되고, 경합을 펼치던 참가자들이 어느새 6명으로 줄고, 순위발표까지 단숨에 이어지더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2시간 가까운 작품인데, 후반부에는 연주에 심취하여 시간 가는 모르고 보게 된다.

임윤찬뿐 아니라, 경쟁에 참가한 이들의 솔직한 인터뷰, 그리고 놀라운 실력에 감동,  무엇보다 경쟁 모드에서 점차 동료애로 변하는 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뭉클해진다.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이게 현실인가... 와.... 긴 설명은 불필요할 거 같다. (그냥 보세요.) 

겸손하고 사색적인 성향으로 보이는 그가(임윤찬), 피아노 앞에서는 신들린 것 같다. 피아노의 신.

공연장을 가야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존경해 마지않는 그의 연주를, 살면서 한 번은 직접 들을 수 있겠지? 반드시, 꼭,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아니 더 어렵다고 하더니,

도대체 이 무한 경쟁 시대에서 어떻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아쉬움에, 생각이 너무 멀리 갔구나.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자.


*감명 깊게 본 음악 관련 다큐*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이자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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