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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Apr 25. 2024

평생 일하는 행운을!

호크니 <몰입형 전시>를 다녀온 날

호크니 전시에 다녀왔다. 몰입형 전시로, 벽 3면에 모두 호크니의 작품이 펼쳐져, 마치 관람객이 그림의 한 부분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작한 지 제법 되었음에도 오늘에야 방문, 50분 동안 지속되는 영상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호크니의 책과 전시는 예전에 여러 번 읽고 다녀왔다. 호크니와 호퍼는 , 절제된 표현이란 점에서 비슷해 보일 때도 있다. 전자인 호크니가 좀 더 생명력 강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 같다. 호퍼의 작품도 무척 좋아하는데, 전자가 LA의 한낮이라면 후자는 New York City의 밤 같다고 할까.  마구 던져보는 나의 감상일 뿐이다. 요즘 음식 표현도 막 던지지 않는가? 맛있다, 맛이 짜다, 달다, 이런 게 아니고 은유와 비유가 막 섞여, 더 헷갈려!


호크니는 60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2년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거의 모든 전시는 취소, 연기되었고, 고령의 화가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고립과 단절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노르망디 작업실에서 계절의 변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붓 대신 펜을, 캔버스는 아이패드로 대체한 새로운 작업을 시도, 120여 점의 아이패드 드로잉을 온라인에서 전시하게 되었다. 그가 쓴 책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에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재발견과, 작업에 대한 열정이 담겨있다. 

2년 전에 읽은 호크니의 코로나 작업 일기 <봄은..> 이번 전시와 맞닿아 있다.


전업화가이자, 책도 쓰고 사진도 하고 영화제작에도 참여하는... 몸은 하나인데 여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고 있어 놀랍고 존경해마지 않게 되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화가, 거장, 대가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문득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한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80이 넘은 이 할아버지도, 모지스 할머니도, 다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보여주는 데...'

나는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스스로 자리를 떠났고, 내 몸에 맞춰 출퇴근을 하지 않는 형태의 일을 선택했지만, -백수 9단 인생- 실은 아직도 너무 목마르다. 말로는 "커넥팅 더 닷" 하는 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내 자리의 부재에 대한 허전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직도 한참 일하는 친구들이 많다. 일부는 육아도 병행하며 일도 하니, 나로선 뭐라고 핑계 대어도 그저 말 뿐이다.

아, 건강테크= 재테크, 그래서 인생 2막을 꿈꾸는 중이라고 말은 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게다가 가뭄에 콩 나듯 TO가 생기니, 그것만 바라볼 순 없다.

그래서 밑작업 중인데, 그 과정이 좀 지연하다.

한편, 긴 마라톤 구간을 생각하면, 괜찮다. 


가끔 내가 가던 동네 병원을 찾으면,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던  곳인데 , 여전히 진료를 하고 계신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예술활동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은 참 드문 것 같다.

모두 퇴직을 하고 다시 일을 꿈꾸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냥 노후를 즐기는 것 같다. 즐기면 다행이고, 아닌 경우도 꽤 많다.

나는? 계속 일하고 싶다. 반드시 장소로 이동해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다.



미술작품에 대한 고품격의 소감은 아니다. 보는 이의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니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주례사 평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확실하니까.

그런데 음식평은 정말 날이 갈수록 난해해지는 것 같습니다. 


* 호크니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_시공아트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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