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정은 Feb 23. 2020

[사람살이] 아버지의 카메라


나의 유년기에는 서럽고 억울한 기억들이 많다. 엄마는 3살 터울의 남동생을 장난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려서인지 유독 늘 끼고 다녔다. 상대적으로 나는 늘 집에서 혼자였는데, 가끔은 동생을 돌보다가도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난 적이 많았다.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받지 못한다는 마음, 첫째라는 이유로 사랑보다는 책임감에 눌려 자란 우울했던 기억들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아버지는 회사 야유회나 평일에 주어진 휴일에도 나만 데리고  다녔다. 아버지의 카메라엔 온통 내 사진뿐이었다. 꽃밭에서, 담벼락 아래서, 분수대 앞에서도 늘 나뿐이었다.  아버지는 카메라를 통해  우울하고 상처 받았던 내 마음을  씻겨주었다.


이 시절 나의 꿈은 사진작가였다. 아버지가 쓰고 남은 일회용 카메라의 남은 필름으로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새 카메라를 사 가지고 오셨다. 나는 카메라의 등장에 들떠있었다. 아버지의  카메라를 가지고 멋진 풍경을 담으면서 사진을 통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늘 내 꿈의 설계자였고,

내가 꿈을 꾸고 그 꿈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한 발짝 앞서 나를 이끌어줬다.

 

년기의 내  마음을 감싸주던 그 카메라를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두셨을까?

오늘은  아버지의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그때가 몹시도 생각나는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살이] 고: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