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왕따 당했어!"
초중고 시절이었다면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말했을지 모른다.
요즘 관계에 대한 생각에 빠질 때면 왕따 당해 회사를 그만두었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때 그들은 왜 그런 거지? 나한테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 있는 건가? 이를 테면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꼴 보기 싫을 만큼 싫은 무언가? 알고 싶다. 내 잘못이 무엇인지...
수백 번 헤아려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흠잡히지 않을 만한 완벽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몇 번을 생각을 정리하고 고쳐먹어도 내 생각은 하나였다.
누군가에게 허용될 수 있는 일이 나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어떤 이에게는 큰일이 되었을 그런 상황 속에 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나를 위안 혹은 위로하는 생각이었다.
무리가 모이면 사냥감이 필요하다. 그게 하필 나였고, 난 그들의 먹이로 적절했다.
야들야들한 성격에 누구에게도 적대감이 없는 늘 상냥한 말투의 나는 다가가기도 쉽고 궁지에 몰아세워도 덤벼들지 않는다. 그냥 나의 무능력함을 순순히 인정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선 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응할 뿐이다.
그런 나의 태도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순순히 먹히기보다 발톱을 드러내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각인시킬 만한 사건이라도 터트렸어야 했던 걸까.
과연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까.
어쩜 나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며, 무리에 끼지 않았고 고고한 척했을지 모른다. 나는 너희들과 달라. 난 그렇게 뒤에서 누군가를 헛담할 만큼 형편없진 않다고!
회사를 나온 이후로 찾아온 현실적 문제들을 부딪힐 때 차라리 그들처럼 무리에 들어가 물고 뜯어낼 걸. 오히려 그게 더 좋았겠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남들을 밟는 것쯤, 내가 안 밟히려면 그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오고 간다. 당장에 돈 한 푼이 아쉬우면 더 그런 생각이 찾아온다. 형편없더라도 형편없는 저것들과 한 무리가 되어 좀 더 비벼볼걸. 살아남아볼걸 하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