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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m Kim Mar 13. 2020

마카롱택시, 택시의 달콤한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모빌리티 서비스

날은 추워지고 몇 걸음 옮기는 것조차 귀찮아지니 자꾸만 택시를 타게 된다. 밥을 사 먹느니 그 돈으로 택시 타고 빨리 집으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이번 주만 해도 세 번이나 빠른 이동과 배고픔을 맞바꿨다. 자연스럽게 내 최대 관심사는 택시의 할인 혜택이었고 새로 가입을 하면 쿠폰을 줄까 싶어 뒤늦게 타다도 다운로드 해보고 앱 결제 이벤트를 위해 T map 택시에 카드도 연동해뒀다. Uber에서도 20% 상시 할인받을 수 있는 코드를 등록해뒀지만 Uber는 한 번 타보고 나니 잘못된 위치 인식과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동 시간보다 더 길었던 경험 때문에 다시는 안 타는 중이다.



그렇게 T map 택시에만 의존하던 중 CJ ONE 앱에서 '마카롱택시 3000원 쿠폰'을 뿌리길래 냉큼 마카롱택시를 다운로드하였다. 마카롱택시? 하나에 2500원짜리 마카롱을 두 개만 먹어도 택시 기본 요금을 훌쩍 넘는데 우리나라 것도 아닌 프랑스의 고급 디저트에 택시라니,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할인을 위해 3분 가량을 투자해 회원가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3000원을 할인 받아 2000원으로 마카롱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나는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서 '내가 살면서 가장 우아한 이동을 경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님의 말투는 사근사근했고, 타자마자 필요한 건 없는지, 여기서 유턴이 불가한데 다른 길로 가도 괜찮은지, 히터의 온도는 잘 맞는지 질문이 들어왔다. 차에서는 내릴 때까지는 잔잔한 클래식만 들렸다. 심지어 과제에 찌든 내가 타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향긋한 디퓨저 향이 차내에 가득했다. 민트색과 핑크색으로 뒤덮인 이 택시는 방지턱도 사뿐히 넘었다. 요금은 미터기 요금 그대로였다.


대체 이런 사업을 왜 하는 거지?



지난 12월 6일,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Uber를 포함해 차량 공유 사업은 국내에서 불가능하게 된다. 전세계가 모빌리티 시장을 주목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너도 나도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Services, Electric)의 4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택시운송사업 모델은 나오고 있고, 얼마 전 토스 퀴즈에 나온 '온다택시'는 승차거부 없는 착한 택시 호출 앱이라는 서비스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오늘은 또 하나의 새로운 택시 서비스 '마카롱택시'를 이용해본 경험과 함께 택시의 미래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출처: 마카롱택시



마카롱택시


마카롱택시는 KST모빌리티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로 올해 4월 15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KST 모빌리티는 한국형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는 회사로 현대/기아자동차가 50억 원을 투자했다. KST 모빌리티는 한국에서 승차 공유가 어렵다고 보고 승차 공유에만 기반한 모빌리티 혁신이 아니라 이동 경험 자체에 부가서비스를 발굴해 혁신을 일으키고자 한다.


스플래시 화면에 뜨는 문구는 '달콤한 이동의 시작 마카롱택시'다. 그동안 택시는 그저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타는 중에도 행여나 돌아가진 않을까 기사님보다도 더 내비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직장인 대상 카풀 찬성률이 90% 넘은 것만 봐도 택시 탑승자들에게 택시는 불가피한 수단일 뿐 지향하는 탑승 수단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달콤한 이동의 시작'은 '마카롱택시'가 택시를 부르거나 결제하는 등 부가적인 방식의 혁신보다도 택시 안에서의 경험에서 차별점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마카롱택시'의 회사인 KST모빌리티 권오상 이사는 "불가피하게 탑승하는 택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택시를 만들자."가 그들의 혁신 포인트라고 밝혔다. (https://byline.network/2019/04/16-49/)


KST 모빌리티 권오상 이사, 출처: https://byline.network



마카롱택시는 무엇이 다를까?


기사님 대신 마카롱쇼퍼

여기서 쇼퍼는 Shopper가 아니라 Chauffeur다. 쇼퍼(Chauffer)는 영국에서 일반 운전기사가 해내지 못하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라이버를 말한다.


마카롱택시는 마카롱쇼퍼를 KST모빌리티 직영 운송법인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사납금제 대신 성과급 연동 월급제를 실시한다. 더불어 응대, 안전, 응급처치, 서비스 마인드 등 다양한 전문 서비스 교육을 제공한다. 결국 택시 산업이 갖고 있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여 궁극적으로는 고객 응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인 것이다.



서비스 품질의 기준점

마카롱택시는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 청결하고 편리한 택시, 승차거부 없는 택시로 이동 경험을 바꾸고자 한다. 승차거부가 없고 친절한 택시에 서비스 요금을 추가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예 서비스 품질의 기준점을 높게 잡고 '마카롱택시'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 사용자가 '마카롱택시'를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필요한 말 걸지 않기, 내비게이션대로만 운전하기, 좁은 골목길 앞에서 내려주지 않기, 전용 디퓨저로 냄새 없애기, 휴대폰 충전 장치와 무료 와이파이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http://www.macaront.com/service/taxi


이동을 선물하기

마카롱택시 앱에 접속하면 '내가타기'와 '불러주기'가 있다. '불러주기'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탈 택시를 내가 대신 예약해주는 거다. 마카롱택시 어플 소개에 '소중한 이에게 마카롱택시를 불러주세요. 즐거운 이동을 선물하는 센스 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되어있는데 이 대목에서도 택시를 타는 것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보고 그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카롱택시의 미래


이제 이동은 '수단'이 아닌 '경험'이다. 마카롱택시는 이 지점을 잘 포착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택시운송업 가운데 차별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은 아직 모르겠다.) 생수, 마스크 같은 부가서비스로는 수익성을 따졌을 때 서비스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프리미엄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의료, VIP/의전, 펫 동반, 임산부케어, 자녀안심, 노인돌봄택시 등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한다면 '경험'으로서의 이동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2019년 12월에 작성한 글로 현재 마카롱택시의 '마카롱택시 2.0'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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