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름은 시로. 말티즈. 두 살 먹은 남자애. 인형 부자.
누르면 삑삑 소리가 나는 다람쥐 인형과 자기 몸집만 한 도널드 인형을 유난히 좋아한다.
질투가 심하다. 나랑 아이가 같이 붙어 있는 걸 못 본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같이 놀자며 막 긁어대는데 언제 한 번은 순식간에 내 잇몸을 할퀴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스프링 같은 점프력을 갖고 있다. 털도 하얘서 간혹 토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고양이 같을 때도 있다. 소파에 올라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볼 땐 영락없는 한낮의 고양이다.
정수기에서 금방 나온 시원한 물을 좋아한다. 시원한 물이 있어야 사료를 먹는다. 그럴 때마다 밥상에 꼭 따끈한 국 한 사발이 있어야 숟가락을 드는 옛날 가부장 시절의 아부지가 생각난다.
사료를 먹을 때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면서 먹는다. 그릇 앞에 서서 먹으면 편할 텐데 거실까지 질질 흘리면서 물고 와 하나씩 주워 먹는다. 왜 그럴까?
혹시 불편해서 그러는 건가 싶어 그릇 위치를 바꿔봤는데 마찬가지다. 또 저쪽에 물고 가서 주워 먹는다.
산책 나갈 때마다 시로의 엄청난 소변량에 놀라곤 한다. 분명 아까 집에서도 싸고 나왔는데, 이 조그만 몸집에서 어떻게 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거지?
전봇대, 담벼락, 잡초 등등 맘에 드는 곳에 모두 영역표시를 한다. 야무지게 한 발을 휙 올리고 계속 싼다. 쥐어짜 내지 않는 이상 더 안 나올 것 같은데 계속 나와서 볼 때마다 신기하다. 쥐어짜 내는 건가?
응가 싸고 나서 자기 좀 봐달라고 온 집안을 쌩쌩 달리고 또 달린다. 어때 나 잘 쌌지? 이뻐해주라개!!! 라며 온몸으로 외치는 것 같다.
밤이 되면 경비견으로 빙의해서 거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엎드린다. 그러다 조그만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 현관문 앞에서 몇 번 짖다가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조용히 침실로 들어온다.
내 옆으로 와서 등을 딱 붙이고 베개에 기댄다.
흠 한 번 숨을 내쉬고 시로는 잠이 든다.
동그란 두 눈은 항상 나를 향해 있고 껌딱지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시로.
그런 시로를 보면 작고 귀여운 나만의 요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파에서 쉴 때도 밤에 잘 때도 내게 딱 붙어서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자 시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