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성인 Oct 27. 2024

2. 대치동에서의 12년 : 교육환경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부모님의 선택

내 인생이 타인에 의해 크게 결정되는 상황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학창 시절 환경을 결정지은 부모님의 대치동 이사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이 선택은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일이 되었다. 


유치원 때까지 살던 성수동은 1990년대에는 주변이 대부분 공장지대 밖에 없었고 교육환경이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형은 성수동에서 국민학교를 이미 2년을 다녔는데 공장지대를 쭉 걸어가야 되는 안전하지 않은 등하교 길이었고 주변에 중고등학교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이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형과 나의 교육환경을 걱정했고 내가 국민학교 입학 전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가 강력하게 추진해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당연히 돈이 넉넉하지 않았겠지만.. 대출 등.. 아버지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학교를 중고등학교를 뺑뺑이로 보냈기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하면 명문학교를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뺑뺑이로 휘문중, 경기고를 나오게 되어서 어머니말대로 명문(?) 중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대치동에서 초중고 12년을 살면서, 자식 공부에 올인하는 지금의 부모님의 자세는 아니었고 남들이 보내는 학원을 보내주는 정도였었다. 


공부는 결국 내가 하는 것이기에 성적에 크게 신경 쓰기보단 면학분위기가 있는 지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는 어머니의 말이 지금은 내 자식에 대한 교육철학이 될 정도로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를 덜 탈선하게 만들었고,
더 안전한 지역에서 생활했고,
배울 점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며,
어른이 돼서도 연락이 꾸준히 닿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강남 8 학군에 산다 = 공부를 잘한다 = 좋은 대학에 간다 = 좋은 직장에서 일한다
= 학창 시절 네트워킹이 끝까지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치동으로 교육 때문에 몰리는 이유가 이 테크트리를 타기 위한 부모님들의 바람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 경험으로 보면 맞는 말이고 다른 부모님들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대치동에서 12년 동안 공부를 직접 해본 내가 지금은 아이를 목동에서 키우고 있다. 

내가 목동에서 아이를 키우려고 정착한 이유는 우리 어머니의 이유와 다르지 않다.


공부는 시키되, 아이 성향에 맞게 시킬지 말지를 결정할 것
면학 분위기 지역이면 공부뿐 아니라 어떠한 배움이 자연스러움
상대적으로 질 나쁜 아이들이 적어 보임(학원 가기 바뻐서..탈선이 적음)
초등고를 다니면서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을 사귀는 것 


나는 아이와 매주 토요일에 서점에 가서 학교 숙제인 책 2권 잃고 독서록을 쓰는 것을 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 아이도 서점에 가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이 편해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학창 시절에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선택에 내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지금 내 아이도 나의 선택에 몸을 맡기고 자아가 형성되고 있다.


부모님의 선택이 다 옳을 순 없고, 선택한 결과들이 모두 좋을 순 없다. 

확실히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 나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 내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은 모를 테니.. 수십 년 후에..ㅎㅎ)




 


작가의 이전글 1. 7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교통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