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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21. 2020

전설을 꿈꾸는 곳, Old Man Of Storr

4편 스코틀랜드에 서다.

#The Old Man Of Storr

스카이섬의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올드 맨 오브 스토르. 살아 숨 쉬는 동물의 매끄러운 등줄기처럼 두두룩하면서도 유려하게 펼쳐진 산등성이에 노인을 닮았다는 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거대한 산사태의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이 바위의 높이는 약 50m로, 11대의 2층 버스가 쌓여 있는 높이와 같다고 하는데 비교적 완만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솟아있는지라 그 모양새와 웅장함이 더욱 극적이다.

"태초"라는 시간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이곳은, 스코틀랜드만의 야생적 풍경과 영국 특유의 비구름이 합쳐져 판타지 영화처럼 가상 세계에나 등장할 법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그래서일까? 노인을 닮았다는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암석 무리를 향해 풀밭을 오르고 오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기 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은 저 바위의 이름이 왜 "The Old Man Of Storr"인가?였다. 노인의 옆모습을 닮아 이러한 명칭이 생겼다는데 누구의 눈에는 쉽게 보이고 나의 눈에는 잘 안 보였던 "매직아이"처럼 그 속에 내재된 그림을 보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누군가 만들어낸 건지, 오르는 내내 저 바위를 앞에 두고 노인의 얼굴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나는 그 해답을 "The Old Man"이 아닌 "Storr"에서 찾기로 했다. "Storr"는 노르웨이에서 기원한 단어로 "위대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The Old Man Of Storr"가 "위대한 어른"을 뜻한다고 한다면 사람의 지혜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저 신기하고 묘한 바위를 표현하는데 제격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The Old Man Of Storr"를 두고 내려오는 전설은 더욱 흥미롭다. 노인은 이 바위가 위치한 트로터니쉬(Trotternish) 산등성이에 살았던 거인이었고, 그가 죽어서 땅에 묻혔을 때 엄지손가락이 땅에 떨어져서 높게 솟아오른 커다란 바위 언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저 바위가 위대한 사람 또는 그 위대한 사람의 엄지손가락이라니, 독특한 자연물을 두고 지어낸 사람들의 상상력이 이 공간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낸다.

도저히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없는 광활한 풍경이기에 눈과 귀와 마음을 모두 열어두었다. 그리곤 푸른 잔디 지형을 뒤로한 채 가파르게 치솟은 뾰족한 바위기둥을 바라보며 친숙하지만 다른 세상인 "전설"같은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The Old Man Of Storr"에서 느껴진 환상과 전설의 향기가 나의 기억과 글에 감돌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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