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가 필요한 시간

확진자의 격리생활

by 익소라

2022년 2월 25일 0시 50분 금요일 새벽이다.

아직 새벽이라기보다는 지난 하루의 밤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시간이다. 격리 중에 낮잠을 조금 잤더니 밤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이 밤에 한 칸 방에서 소란하지 않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좋게 생각하면 이렇게 독감 같은 병을 앓으면서 격리가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가 감염이 되어 격리가 되었다고 하면 안타까우면서 갇힌 생활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내가 격리가 되고 보니 하루하루 다른 사유를 하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쉼이다. 격리를 시작한 첫날부터 닷새가 지나가면서 이것은 격리가 아니라 쉼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룸서비스로 받아서 먹고 집 청소를 맡겨두고 빨래를 하지 않고 내어 놓기만 하고 점심 저녁 식사를 위한 부엌일을 건너뛰고 잔발로 걸어 다니며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깨달았다. 원래 이만큼의 감기를 앓기 전부터 쉬는 게 옳았다. 쉼을 잊고 미루고 살아왔던 나와 현대인들이 방향을 틀어야 할 시기를 만난 것이다.


내 인생에서 몇 번 독감에 걸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열이 있었고 가래가 짙어지면서 기침도 깊었다. 이 만큼의 독감이었는데 쉴 수가 없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 IMF로 인한 실직으로 남편은 이직을 하게 되었다. 천안 청주 서울을 거쳐 평택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만삭이 되었다. 겨울이었고 4살된 아들을 돌보면서 이삿짐을 정리했다. 감기에서 시작해 독감으로 호흡곤란이 오자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입원실에서 쉴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종의 격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출산을 하였다.


또 한 번의 심한 감기가 찾아왔다. 또 이 만큼의 독감이 걸렸는데 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라 30대의 주부에게는 내가 깨어 있는 시간과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과 남편의 늦은 귀가까지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까지 모두 노동의 시간이 되었다. 예민하고 약한 체질 탓도 한몫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쉼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때의 결과는 안면 신경 마비증으로 악화가 되어 정신적인 충격도 꽤나 컸다. 병을 얻고서야 쉼을 가졌다. 미련 곰탱이.


그리고 2022년 현재. 나는 나의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살아온 건지도 모른다. 더 많은 쉼이 필요한 나이까지 왔는데도 불필요한 발놀림을 하고 있는 부분이 돌아보니 보인다. 참 우매하게 살아왔구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가 나를 강제적으로 격리시키지 않았다면 또 요만큼의 감기쯤이야 하며 행동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더 큰 병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방에 갇혀서야 깨닫고 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