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등록

확진자의 격리생활

by 익소라

싱가포르 정부가 지정해준 동네의 가장 가까운 클리닉으로 어젯밤에 다녀왔다. 격리 5일 차 정도가 되면 회복기에 접어들어서 방문을 부수고 나가고 싶었다던 지인과는 조금 다른 증상이 아침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미각과 후각을 잃었다. 조금 무서웠다. 여름 날씨가 순간 서늘했다. 밤에 혹시 악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처방약을 옆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클리닉의 진료시간이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인데 8시 40분에 도착을 했다. 가장 나중에 진료를 받을 생각이었다. 확진자가 되어서 마스크 하나를 쓰고 외출을 한다는 게 미안했다.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렀고 내릴 때는 비치된 소독용 스프레이를 분사하였다. 마침 늦은 시간이라 주민들이 없었고 혼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였다. 병원까지 5분 걸어서 가는 동안 내가 사람들을 피했고 좁아진 길에서 행인을 만날 때는 잠시 숨을 멈췄다.


클리닉에서 나는 목이 아프지 않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목 통증 치료제까지 포함된 약까지 한 보따리였다. 병원에서 줄 수 있는 약은 모두 챙겨 넣었으니 격리를 잘하라는 뜻으로 알았다. 아예 펜데믹 기간이라 약을 세트로 준비해둔 모양새였다. 진료받은 시간부터 72시간은 반드시 격리를 해야 하고 만약 직장인이면 5일간의 휴가를 인정하는 진단서를 받아왔다. 이렇게 하여 싱가포르 정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의 숫자를 하나 높이는데 내가 한몫을 하였다.


오늘 아침 MOH (Ministry of Health)라는 싱가포르 보건당국에서 문자가 왔다. 어제의 ART테스트 결과대로 양성이 보고가 되었고 해당 앱의 밀접접촉자(Household) 란에 남편과 아들의 정보를 기입했다. 이렇게 되면 완치 후 3개월 이내에는 추가접종이 면제가 되고 해외여행 후 싱가포르로 돌아올 때는 PCR 검사도 면제가 된다. 내가 받아온 진단서로 동거하는 가족들은 보호를 위한 휴가를 하루 지원받을 수도 있다. 진단키트도 벤딩머신으로 무료 지원을 받는다.


어제 내가 클리닉을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가족 간에 다른 의견이 나왔었다. 이미 5일 씩이나 격리를 했는데 이제 와서 병원을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남편의 의견. 이유는 내원한 날로부터 공식적인 격리를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내 얼굴을 무지 보고 싶었나 보다. 아들은 클리닉에 갈 것을 벌써부터 권장했었다. 이미 확진자가 많은 상태이니 MOH에 확진자로 등록이 되어야 정부차원의 관리나 필요할 때 보호를 받을 수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둘 다 일리가 있고 결정은 내가 했다. 나와 가족을 위해 어떤 선택이 나을지 고민을 하다가 클리닉에 다녀왔다. 다행히 오늘은 증세가 악화되지는 않았고 약 더미 중에서 진통제 한 알만 꺼내어 먹었다. 오른쪽 뒷목, 매일 똑같은 자리의 간헐적 두통은 약으로 가라앉혀야 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