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랑

열대 우림의 시점

by 익소라


아들이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군입대를 위하여 먼저 한국에 도착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단다. 자동차 주행 방향이 싱가포르는 왼쪽이고 한국은 오른쪽이다. 방향이 달라서라기 보다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차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차 횡단보도에서의 주의 사항을 말해주지 않았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차가 먼저 지나가니까 횡단보도에서 항상 차를 살피고 건너야 한다는 것을 그제야 말해 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자랐기에 싱가포르에서는 차보다 내가 먼저 건너가고 한국에서는 나보다 차를 먼저 보내는 것이 몸에 배었다. 그래야 산다.


교통법이 싱가포르는 영국과 비슷하고 한국은 미국과 비슷하다. 역사와 정치적인 관계가 이를 말해주기도 한다. 호주도 영국과 판박이다. 해외 생활을 가장 먼저 한 곳이 호주인데 그곳도 자동차 주행선이 왼쪽이라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었다. 2001년 당시에 이미 보조석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안전벨트가 의무화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아 시트까지 필수였다. 앞좌석에는 유아나 아이들을 태울 수 조차 없었다. 한 십 년쯤 후에는 우리나라도 보조석의 안전벨트가 의무화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았다.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절약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는데 적도의 땡볕은 걸을 수가 없다. 요즘은 나이도 있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아끼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는 택시를 종종 탄다. 한국에 가끔 갈 때면 렌터카를 이용한다. 남편이 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기 때문에 안전에 우려가 되어 조금 큰 차를 빌린다.


중형을 빌렸다고 생각하고 막 도로에 나가면 한국에서는 거의 다 중형차들이 지나간다. 두 대씩 승용차를 보유한 가구도 많다. 도로도 잘 닦여 있고 고향으로 가는 시골길까지 매끈하게 포장되어 있다. 거품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우리나라가 잘 살아 보인다. 그러나 아들이 위험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양질의 정신적인 문화는 물질문화를 한참 뒤에야 따른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만났을 때 사람을 먼저 보내주는 풍경이 많으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