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영주권과 군대

열대 우림의 시점

by 익소라


아들은 싱가포르 내의 대학교 3학년을 마쳤다. 휴학을 했고 9월 6일 월요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를 하였다. 오전부터 흐리던 날씨가 먹구름을 머금었고 입소를 하는 시간에는 눈물처럼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훈련소 안으로 담담히 걸어 들어갔다. 남편과 돌아오는 길은 빗물에 차선이 잠길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차 안에서 내가 울었던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고 애써 거짓말을 하고 싶은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왜 하필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하며 비를 나무랐다. 비가 내리는 날 낯선 곳에 있으면 얼마나 더 쓸쓸할 거야! 하며 울었다. 내 나라인데도 아들을 먼 타국으로 보낸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들을 입대시킨 며칠 후 남편과 나는 비행기를 타고 생활전선인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싱가포르에서 우리도 솔직히 영주권을 얻고 싶었다. 이 나라에 살면 시민권과 영주권 보유자에게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들의 학비가 저렴하고 상급학교 진학 시에 우선권이 주어지고 각종 세금 혜택과 수시로 지급하는 국가 지원금도 받을 수가 있다. 취업할 때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자국민 우선 정책을 펴는 싱가포르 내에서 그나마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자긍심을 갖고 지내는 일은 삶에 양념으로 작용을 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우리도 영주권을 취득할까라는 질문에 15년 전 아들은 단호했다. 나는 한국사람으로 남는 게 좋아요 하고 말이다. 그랬던 아들이 대한민국으로 군입대를 하였다.


싱가포르에도 국방의 의무가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예외의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남자아이들은 바로 군대에 들어간다. 남자들은 제대 후에 취업을 하거나 대학 1학년을 시작한다. 아들의 현지 친구들은 이미 제대를 했고 영주권이 있는 한국 친구들도 싱가포르 군대를 다녀왔다. 한국 사람이 싱가포르의 군대를 간다는 것은 의미가 좀 다르긴 하다. 타국의 영주권이 있어도 한국인은 한국 군대를 반드시 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국적 포기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거주지가 싱가포르인 경우 양국의 군대를 다 가기엔 누가 봐도 무리이다. 사람들의 국적 선택의 판단 기준이 밥벌이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고국을 사랑하지만 타국의 시민권을 선택하는 이유를 나는 이해한다. 지방대 출신으로 취업을 고민하던 남편의 과거와도 선이 닿기 때문이다.


어쩌다 15년이 넘도록 타국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각종 생활비를 생각하면 영주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남편의 은퇴 후에 돌아갈 곳이 우리나라이고 타국에서 지낼수록 예전엔 손대지 않았던 장아찌 김치들이 그리운 것을 보면 우리는 뼛속 깊이 한국인이다. 아들은 현지 학교를 다녀 동남아 국가에서 유학 온 아이들과 싱가포르 그리고 인도계 아이들과 다양한 친구 관계를 맺고 있다. 영주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아들로서는 친구들이 다 싱가포르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 입대로 한국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이 있다. 좋은 사람들 사귀고 군 생활 잘하고 오기를 바란다. 이 시점에서의 엄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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