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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Jul 01. 2024

911이죠? 여기 뉴욕병 걸린 환자가..

아직도 치유되지 못했어요..

그런 내가 뉴욕에 가게 되었다.

우연에서 시작되어 장기간 이어진 인연 덕분이었다.

피렌체에서 만나 베네치아에서 재회한,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가 당시 뉴욕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

피렌체에서도, 베네치아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터라

친구에 대한 기억도 무척 좋았다.

언제 한번 뉴욕에 놀러 오라는 말이 3년 정도 이어져서

친구의 제안을 핑계 삼아 큰 용기를 내어 뉴욕행 항공권을 끊었다.


내가 뉴욕이라니!!!!!!!!!!!!!!!!!




2015년의 뉴욕은 정말 황홀했다.

당시 메트로폴리탄은 무료였던 터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갔고,

호텔에 누워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본 후

다음날 자연사 박물관을 가서 생생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구겐하임에서 본 전시도 무척 좋았는데

당시 구겐하임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우리나라 작가들이

꽤 전시되어 있어

괜히 내가 국위 선양한듯한 기분에 고취되기도 했다.

조용한 미술관을 담는 구겐하임의 역동적인 건축구조는

1957년에 건설된 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미술관에서 나왔을 때 본 스케이트보더들의

스케이팅은 너무나도 생동적이었다.


가끔 미술관, 전시관, 영화관을 다녀온 후

이 여운을 기억하고 오래 담아내기 위해

가능한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 때가 있다.

내 번잡스럽고 복잡한 일상과 분리되어

이 순간만큼은 고요하고 평온하고 아름다움으로만 가득 채우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는 마음이다.


메트로폴리탄과 구겐하임, 자연사박물관은

모두 이 마음과 거리가 있게

관광객들로 가득 차있었으나

그 생동감과 복잡함이 되려 이 전시와 여행의 연장선이 되어

내게는 더욱더,

뉴욕에 있음을 실감 나게 했다.


누워서 영화로 보는 장면이,

발만 디디면 내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벅찬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그런 나를 안정시키고자 갔던 브라이언트파크와 뉴욕 도서관.

뉴욕도서관에 앉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눈에 담으며

사실은 이 공간 안에 있는 나를 오롯이 느끼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뉴욕은 상상과 현실을 오갔고

도시의 빠듯함과 생생함을 오가는 곳이었다.


2018년의 뉴욕도 마찬가지로 너무 황홀했다.

심지어, 2018년의 뉴욕은 내 생일파티를 위해 다녀왔기에

더더욱 뜻깊고 기념적이었다.

아, 그리고 더더욱 뜻깊었던 이유도 있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뉴욕에서 볼드롭을 보는 것이 있었고

나는 여러 중요한 이유로 2018년 새해를 뉴욕에서 맞이하고 싶었다.

6개월이나 앞서서 비행기표를 끊고

D-day를 카운트하며 뉴욕 드라마와 영화를 셀 수 없이 되돌려보고

볼드롭 명당이 어딘지 확인하며 전략을 짜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IS 테러 협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2017년부터 영국 런던과 세계 각국에 IS 테러가 빈번해지고 있었는데,

아뿔싸.

IS가 새해맞이 테러로

파리, 런던, 방콕 그리고 뉴욕에서 테러를 범할 거라고 예고해 버렸다.


걱정이 없는 편인 나는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겠어? 라며 강행하려고 했지만

세상 걱정은 다 끌어다 하는 부모님에게는 아주 큰 문제였다.

결국 반대와 반대에 부딪혀 항공권을 취소했다.

당시 친구네 집에 머물 예정으로 호텔은 예약 안 했던 게 다행이라고 위안하면서도

며칠을 울적해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1일, IS의 테러는 없었다.)


그리고 그 몇 달 뒤, 내 생일파티를 위해 뉴욕에 방문했다.

취소 후 방문해서였을까,

겨울이었음에도 낮에는 도시 곳곳이 햇빛에 빛났고

밤에는 도시 곳곳이 조명으로 빛났다.

나와 너무 잘 어울리는 도시라고 자화자찬하며

걷기만 해도 행복하고 황홀했던 뉴욕으로 기억한다. 




누가 아이패드병은, 사야 치유가 된다고 했기에

뉴욕병도 다녀오면 치유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다녀오니 더 중증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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