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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드너초이 Aug 13. 2019

새벽 4시 반 태풍 전, 식재 (2019.08.13)

고양이 정원사의 만행 & 한들한들 정원에 핀 꽃들

이틀 내내 비가 내리더니 새벽에도 살짝 비가 내렸나 봅니다.

새벽 4시 반

운무가 잔뜩 낀 산을 보고 일을 시작합니다.


한여름에는 이른 시간이 아니면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5번의 식재를 하면서 더위를 먹고 나니 이제야 깨달은 우매한 인간입니다.


오늘은 3차 식재 나머지 모닝라이트를 식재해야 합니다.

이번 주엔 태풍의 영향이 동해안으로 온다고 합니다.

왼쪽이 오늘 심어야 할 공간.

오른쪽처럼 심어줘야 합니다.

모닝라이트가 역광으로 비칠 최적의 공간입니다.

아빠가 곡괭이질을 해주시면 엄마랑 저는 모닝라이트를 심습니다.

토양이 물기를 가득 머금어 호미질도 쉽습니다.

일은 안 하고 밥을 달라며 째려보는 정원 2호 3호

사춘기라 그런지 반항기가 장난 아니네요.


금세 다 심어버리고 보니

도랑 근처에 심어놓은 딕시랜드가 뭐 때문인지 다 꺾여서 온 사방팔방 축축 쳐져, 바람맞은 긴 머리같이 정신이 없습니다.

이렇게 아래쪽이 붉게 변한 녀석들은 힘없이 다 축축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모두 잘라내어 줍니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붉은 실이 올라오는 것은 여름에 잘 생기는 곰팡이균의 일종이라던데...

설마설마...


부처꽃 탑과 모닝라이트, 그린라이트가 산의 운무와 꽤 어울립니다.

풀을 뽑던 와중....

정원사 중 하나가 저지른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내 화단에.. 죽은 생쥐가.... 하...

일하랬더니 쥐를 잡아서 저기다가 보라고 내버려두다니..

분명 1호 녀석의 소행이 분명합니다.

네놈 짓이렸다!!


쥐로 놀랜 가슴 식물로 치유합니다.

항상 눈여겨보고 있는 톱풀.

파릇파릇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부처 꽃탑들도 꽃대가 모두 올라와 있습니다.

꼬리풀도 마냥 연약하게 봤는데, 하나둘씩 다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마른 에키네시아와 꼬리풀이 대조적인 꽃 모양을 보여줍니다.

뽀송뽀송 이쁘게 피어나는 꼬리풀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애기 꿩의비름도 꽃을 피려고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8월 중순이 지나면 정원에 꽤 꽃이 피겠네요.

새벽 정원일을 끝내고 재작년에 심어둔 대추나무에 처음으로 달린 대추를 따먹어 봅니다.

맛이 없습니다.

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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