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부처꽃 중에 이 녀석이 제일 땅에 뿌리를 잘 내리고 땅힘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 같습니다. 제일 큰 키의 꽃대 말고도 그 주변에 꽃대가 5-6개는 되는 데다가 다른 부처꽃과 달리 꽃이 빽빽하고, 이파리도 청록색을 띱니다.
선물로 받은 백합 구근은 고양이들에게 매우 안 좋다고 하여 꽃이 개화되는 즉시 바로 꽃을 잘라내어 다른 집에 선물해줄 계획입니다.
아직 손바닥만 하지만요..
백합 구근을 소심하게 심어놓은 구획은 수국+ 모닝라이트 구획입니다.
사람 무릎만 한 작은 수국들이 그래도 자기들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사람 얼굴만 한 꽃 덩어리를 하나, 두 개, 세 개씩은 매달고 있습니다.
몽실몽실 덩어리감이 있는 수국과 달리 한들한들 흔들리는 그라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진녹색의 산등성이가 모두 다른 무게감을 주고 조화롭게 보입니다.
정원 때문에 잊혔던 텃밭에 이어, 오늘은 또 다른 잊은 아이 '비닐하우스'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작년 초에 유칼립투스 씨앗이라고 해서 심은 아이인데, 이파리가 길쭉하니 뭔가 사기당했나? 싶었던 아이입니다. 유칼립투스는 맞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원예를 할 때 쓰이는 동글동글한 녀석이 아니라 이렇게 길쭉한 품종이 있다고 합니다. 이파리를 뜯어서 향을 맡아보면 레몬 향이 상큼 달달하게 나는데, 원래는 월동을 못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양양의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월동을 잘해서 지금은 제 키만 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종자 중에 나무로 살아남아 잘 크고 있는 녀석은 두 녀석뿐이지만요.
정원은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죽은 가지는 속아주면서 손을 많이 댔지만, 돌 많고 잡초가 많은 경사면에 심어놓은 이 '꿩의비름 만추'는 정원에 심어져 있는 녀석들보다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역시 물을 덜 주고 신경을 덜 써야 하나 봅니다.
얼마나 이쁘게 꽃을 피우려고 저렇게 꽃봉오리가 주렁주렁 달렸을까요.
비싼 돈 주고 심은 모닝라이트, 그린라이트는 고양이 정원사들에게 좋은 은신처가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