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BOYOUNG Apr 14. 2022

잃어버린 게 아니야

잃어버린 게 아니야




이상한 일이다. 없다.

‘가방 안에 넣어뒀던 것 같은데?’

개표구 앞에서 가방 안을 뒤적거렸다. 지갑 없이 카드만 들고 다니는 게 편해진 요즘, 외출 시 중요한 게 두 가지 있다. 핸드폰이랑 카드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카드가 안 보였다.

‘어쩌지?’

집에 갔다 오면 약속 시간에 늦을 게 뻔했다. 열차가 역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결국 지하철을 놓쳤다.


아,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나는 개표구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마지막으로 주머니를 뒤적였다. 헌데, 웬걸? 딱딱한 뭔가가 느껴졌다. 한참을 찾던 카드가 오른쪽 뒷주머니에 있다. 개표구에 카드를 찍었다. 삑 소리와 함께 가볍게 통과했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면서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아까 분명히 주머니도 찾아봤다. 근데 왜 몰랐을까?


그런 때가 있다. 사소하지만 필요한 카드처럼, 결정적인 순 간에 안 보일 때가 있다. 항상 익숙한 곳에 있었는데, 어디다 뒀더라? 그런 때가 가끔 있다. 십자드라이버가 스카치테이프가 USB가 어디에 있더라?


서랍 구석구석을 뒤진다. 안 보인다. 모르겠다. 어질러진 서랍을 멍하니 바라본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건 이때다. 찾기를 반쯤 포기했을 때, 찾던 것이 그제야 보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찾는 물건을 코앞에 두고도 몰랐다.


물건뿐만 아니다. 하루도 그렇다. 하루는 당연해서, 너무나 당연해서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가 떠서 지기까지의 시간을, 우리는 하루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루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뜬금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다. 하루는 과연 어디에 있나? 있기는 한 건가? 내가 하루를 느끼는 건 집에 돌아 갈 때다. 일을 마치고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갈 때, 불이 켜진 가로등을 보며 느낀다.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났구나. 하….’


집에 도착해 혼자 캔 맥주를 홀짝이다가, 누워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든다. 그리고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후다닥 나갈 준비를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이 없다. 하루는 나보다 한 걸음 앞서 걷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한치 앞도 모르겠는 나는 하루를 정신없이 따라간다. 이쯤 되면 하루가 좀 얄밉기까지 하다. 사실 누가 강요한 적도 없는데, 매번 그렇게 하루를 따라가는 일은 반복되었고, 그렇게 나는 서른이 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잠깐 사이 금방 또 지하철이 왔고, 열차 문이 열리고 닫혔다. 지하철은 어김없이 다음 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캄캄한 지하 터널을 지나는 동안 나는 좀 울적해졌는데, 그 어둠이 내 마음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었다. 지하철은 지상으로 올라왔고, 따사로운 빛 이 뻗쳤다. 창밖의 풍경을 보았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은 풍경이었는데, 생경했다. 그리고 나는 찾기로 했다. 내 잃어버린 하루, 아니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의 하루를 찾아보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따뜻함을 느껴본 때가 언제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