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안 유지한 내 생활의 큰 틀은 ‘주 6일 운동을 하고 하루를 쉬는’ 일정이었다. 물론 그 쉰다는 것도 근육이 잘 생기고 쉴 수 있게 근력 운동을 안 했다 뿐이지, 포징 연습을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회사도 주 5일 가는데 운동을 주 6일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머리를 절레절레하게 되는 스케줄이다. 회사 워크샵 때 재미로 한 번 해본게 다라 나의 MBTI도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기준에 따르면 나는 J는 아닌게 분명하다. 계획을 촘촘히 세우는 것도 힘들지만, 그걸 지키는 걸 더 힘들어하는 타입이라. 그런데 쳇바퀴 같은 집-회사-헬스장-집 이 사이클을 6일을 지키려고 하니 처음에는 매일매일이 나와의 사투였다.
‘오늘은 야근 때문에 늦어질 것 같은데 그냥 하루 쉴까?’
‘다음 주에 1박 출장이 있는데 역시 이때 운동은 힘들겠지?’
‘아직 근육통이 있는데 무리하면 괜히 다치는 건 아닐까?’
조금만 틈을 주면 이런 생각들이 두더지잡기 게임의 두더지처럼 툭툭 튀어올랐다. 하지만 매번 머리 속의 수많은 핑계와 그럴싸한 자기합리화를 못 들은 척하고 운동화를 챙겨 출석도장을 찍었다.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100% 출석률이 아니었다. 내가 무서웠던 것은 그 한 번이 두 번이 될까봐였다. 나를 한 번 봐주기 시작하면 그 핑계에 상응하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또 내가 내 자신을 눈감아줄까봐였다. 미루는 것도, 실패도 버릇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였다. 그것이 ‘언젠가’ ‘다음에’라고 미뤄둔 수많은 일들이 여전히 내 버킷리스트에만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정말 운동하기 힘든 때도 물론 있었다. 그때는 헬스장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집에 가면서 이번만은 내 게으름이 습관이 되지 않게 노력했다. 습관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김연아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연습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가 하는 일이 체화되어 다른 생각이 치고 들어오지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인생을 돌이켜봐도 그랬다. 안하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핑계와 이유가 생기지만, 꼭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주 6일 운동을 하고자 하니 내게 주어진 챌린지를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한 번은 토요일 점심 시간에 여의도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갈 일이 있었다. 결혼식 후에 운동을 가도 되지만, 문제는 나의 토요일 오전 루틴이 식사와 운동 전에 인바디를 체크해서 지난 주와 비교하는 것이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혼식 전에 헬스장에서 인바디를 체크할 수 밖에 없었다. 동선 내 가장 먼저 오픈하는 체인점으로 가서 인바디, 근력 운동을 다 마치고 샤워 후 메이크업을 한 뒤에 한 시간거리의 결혼식장으로 바삐 갔다. 간만의 거한 식사 후에 돌아오는 것은 유산소였다.
출장은 또 어땠나. 출장 일정이 잡히면 미리 호텔 내에 헬스장이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였다. 동료와 일정을 마치고 잘 쉬라는 인사를 한 뒤에 슬쩍 지하로 내려갔다. 구색만 갖춰놓은 곳이었지만, 그나마 덤벨과 스미스 머신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서야 맘 편히 방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여행은 가급적 대회 후로 미뤘지만, 이틀 정도 다녀온 여행에서도 호텔에 헬스장이 있는지 체크해 조식 전에 근력 운동을 해치웠고, 대중교통 대신 여행지를 걸어다니며 유산소를 대신했다. 일반 식사에서 부족했던 열량을 채우기 위해 편의점에서 치킨 닭가슴살, 두부, 견과류라도 사서 섭취량을 맞추는 지독함에 친구들도 서서히 적응을 해갔다.
이렇게 나와의 약속을 100일 동안 지켜내면서 생각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고 하지만, 그 의지가 본인의 안에서 나온다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