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만달레이공항을 벗어나 삔우린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그동안 도로포장공사가 끝나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던 풍경은 사라졌다.
만달레이에서 삔우린으로 1000m를 올라가면 고원에 새로운 정원이 펼쳐지듯 꽃향기와 나무냄새가 진동을 한다.
삔우린이다.
버마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영국 군인들은 이곳 삔우린의 서늘한 날씨를 발견하고 이곳에 영국군의 휴양지를 조성했다.
우람한 티크와 이름 모를 나무들, 추운 한국날씨에서 흐드러진 벚꽃이나 매화, 동백을 봐왔지만 삔우린의 나무들은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들의 색깔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놀라움을 줬다.
보라, 주황, 분홍, 노랑, 파랑 꽃들은 쉬지 않고 피어나 꽃들이 없는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농장으로 가는 길은 지금 현재 외국인들이 출입할 수 없다.
시내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사람들은 통행에 제한을 많이 받고 있다.
통행금지시간에는 모든 차량 운행이 중단되기 때문에 밤새워서 오고 가는 장거리 고속버스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새벽 4시 통행금지가 풀리기를 기다려야 한다.
삔우린에서 자주 묵는 호텔에 짐을 풀고 앙앙과 나유를 기다린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유는 마을 사람의 차를 함께 타고 도착했다. 드넓은 농장에서 햇볕을 쬐고 하루종일 일하는 나유는 거칠어진 데 하나 없이 , 그을린데 하나 없이 말끔한 얼굴이다.
군부와 반군의 교전으로 속앓이를 많이 했을 텐데도 표정이 너무 밝다.
“나유, 더 예뻐졌네. 어떻게 그렇게 예뻐진 거야” 하고 안아보았다.
나유는 아무 말없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한껏 웃는다.
잠시 뒤 앙앙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했다.
앙앙이 우리 방으로 들어서자 울음이 터져 나온다.
앉아있는 모두 다 울음을 참고 있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앙앙만이 살며시 웃음 지으며 울지 않고 있다.
폭격에, 교전에 , 피난에 , 화재에 말로 형언하지 못할 고통 속에서도 농장을 떠나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는 앙앙과 나유.
나와 요한은 어른으로서, 경영주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
안개가 자욱한 미얀마의 앞길은 내다볼 수가 없다.
모두가 떠나고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궁핍해졌다.
여전히 나무는 파랗고 꽃들은 피어나는데 말이다.
밤새워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국어로 이야기해 보자, 앙앙, 그동안 공부 많이 했어?”
내가 농담을 건네자 앙앙이
“ 아니 “ 하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라고 해야지.
“ 앙앙, 내가 네 친구냐?”
앙앙과 나는 함께 깔깔거리며 웃는다.
우리는 밤새도록 앉아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앙앙과 나유, 끼끼에는 부처님 말씀에 열띤 토론을 벌인다.
아침에 눈뜨면 깨끗한 물을 담아 , 시장에서 사 온 신선한 꽃과, 아침에 지은 밥을 올리는 불단 앞에서 기도하는 그네들의 삶은 부처님의 말씀과 늘 함께이다.
내가 농장을 떠나지 않는 것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
내가 다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이해하는 것
'
이것이 모두 부처님의 뜻 안에 있다는 것
다음 날 찾아온 친구 우나잉이 내게 말한다.
“ He is your friend, your hero.”
웃고 있지만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