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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Mar 17. 2023

기러기 인간

 나는 기러기다.

 그리운 고향 땅에 돌아왔다.


" 시카고는 무지 춥지요?"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박사 마친 선배 부인이 일전에 식사하면서 그런 질문했었다.


"아휴, 말도말어. 나 어려서 피난 나오두막에서 하루 자는데, 그때 바람소리랑 아주 똑같아"

시카고보다 더 위, 북부 위스콘신오래 살았던 한국인 의사 부인은  그 전쟁 같은 바람소리를 자주 기억해 말하곤 했다.


한국의 봄은 아마 여기보다 훨씬  따뜻할 거야.  


한국정부가 시민의 마스크를 벗긴다는 KBS뉴스를 보고 LA 단골 여행사 ticketing 을 했다.


 




" 아~참, 20일부터군요"


나는 기러기처럼 긴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내리자 마자 매점에서 마스크 부터 구입했다. 미국에서 맨얼굴로 다니다 얼굴을 가리니 숨 막히고 어색하기도 하다. 자주 와서 그런가  동생은 공항에 나오지 못했다.


 바빠서 지하철로 어디까지 오면 거기로 마중 나온다고. 지하철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휴대폰에서 지금을 캐느라 모두가 열심이다. 마스크 쓸 동안 눈만 예쁘고 코, 입이 못생긴 사람들은 세상 좋았는데  이젠 망했다 . 너희들 아마 계속 마스크 쓰고 살겠지? 결혼식 때도 첫날밤도 마스크 쓰고 지내야지. 나는 마스크인 구경 하다  실없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마스크 속에서 계속 웃었다.




" 머슴오빠!, 이게 얼마만이야. 귀국을 환영합니다~"


'지랄"


이런, 동생 오두방정에 그만 실언을 하고 말았다. 나이 들수록 저런 단어나 식빵은 쓰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비타민C를 너무 좋아한다. 이번에도 1000mg짜리 몇 통을 넣어 왔는지 모른다.


"차 바꿨네?"


외제차 좋아하는 동생은 지프 CUV에서 포드로 갈아탔다.


너무 흔한 외제차는 지겹다나, 사실 그녀는 개성이 강해 저런 이상한 차만 탄다.     


"미국에선 포드가 현댄데"


아무 대꾸도 안 한다. 이러면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다. 참 오랜만이다. 한국인들, 눈치게임하듯 상대 의중을 살펴 진성과 가성을 헤아려 대화하는 것.


나도 이전과 달리 어색한 침묵을 잘 견딘다.


침묵이 흐를 동안 뇌배터리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바꿨다. 난 구형인간이라 노트북처럼 자동으로 안된다.


220V한국에서는

1. 말조심할 것. 웬만하면 말하지 않는 것이 항상 유리함.  
2. 운전 조심할 것. 추월깜빡이 켜면 전투기처럼 뒤차가 날아듬.  
3. 달러와 헷갈리지 말 것. 1불이 천원이 아니라 천원은 그냥 천원임.
4. 대중교통 이용할 때 주변 따라 "빨리빨리" 뛰지 말 것. 계단에서 죽을 수 있음.
5. 속마음은 절대 드러내지 말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사람들을 상대할 것.


" 한국 오니까 좋지? 음악 틀어줄까?"


"그래 좋네, 시골집은 봄이라 일 많겠지?"


"당근이지. 좀 늦었는데 장미 옮겨 심어야 해"


"......"


재미교포 가수가 진행하는 FM방송에 음악이 나온다.


"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엘에이 에서  파카에 반바지를 입죠"


아, LA출신이 무식하게 엘레이 LA를 엘에이 LA라고 발음하네...


6. 한국영어발음에 신경 끌 것
7. 무심하고 둔감하게 살 것.

 




동생 집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 왜 다른 동으로 와? 지난번에 여기 아니잖아?"


" 좀 더 큰 평수로 이사했어. 여기 부동산 가격이..."


동생은 엘리베이터 내리는 사람 때문에 말을 멈추고, 잠시 후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부동산이...".


'지하에 살아?"


"오, 사오정~. 살아~있네~"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고층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 말없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리웠던 한국이다.


나는 기러기다.


블랙이글스 검독수리? 기러기?

https://youtu.be/_Y2 CQv1 mY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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