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다이어트
"핫, 둘, 세....ㅅ"
"핫, 둘, 셋, 네..ㅅ"
"왜 이렇게 안되지?"
어릴 때 줄넘기를 곧잘 했다. 이단뛰기도 하고 삼단뛰기도 해보았다. 정말 안됐다.
회사를 마치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침대에 누웠다. 먹고 바로 누우면 좋지 않지만 이제는 머리보단 몸이 먼저 반응한다. 피곤하기도 했고, 나른 하기도 했다. 폰으로 책을 읽다가 잠이 쏟아졌다.
"자기야, 이제 일어나야 안되나?, 새벽에 또 자다가 깰라고?"
"으으응.."
"많이 피곤해?, 새벽에 또 잠못잔다. 일어나지?"
"으으응.."
와이프가 새벽마다 깨는 날 위해서 초저녁에 잠을 못자게 깨우고 있었다. 사실 눈을 감은지 10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서 새벽 3시쯤이면 잠에서 깬다. 더워서 깬적도 있고, 화장실 때문에 잠에서 깬적도 있다. 그리곤 1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잠이 들곤 했다. 심할땐 해가 뜨고 창문에 날이 밝아 오는 걸 보고 잠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1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대로 쭉 자볼께. 깨우지마"
아이들과 와이프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린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공원을 가로질러 왔는데 우리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길냥이와 있는 것을 봤다. 대화 속에는 길냥이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초코' 그리고 와이프랑 저녁을 먹고 길냥이 구경을 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때 일어났다.
'아 푹 자고 싶은데 1시간 밖에 안잤네'
"어? 아빠 일어났어?"
"응."
저녁에 먹었던 치킨이 눈에 들어왔다. 부엌으로 나오자 마자 치킨 한조각을 입에 물고 와이프에게
"밥먹어도 되?"
라고 물었다. 안된다고 해도 먹을 생각이었다.
"고양이 보러가?"
"응. 초코! 우리가 이름도 지어줬고, 집도 만들어 줬어."
동물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너무 귀엽다. 대충 밥을 먹고 나도 따라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빨랐다. 고양이 보러 간다고 너무 들떻나? 평소 나갈 땐 느려 터진 준비동작들이 엄청 빨랐다.나도 떠놓은 밥을 입에 한번에 털어놓고 일어난김에 운동이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땀복을 입고 나갔다.
낮엔 더웠지만 저녁이 되니 날이 시원했다. 적당히 바람도 불고 땀복을 입었지만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나가다가 아이들과 와이프를 만났는데 와이프는 표정이 '또 새벽에 안자겠네'라고 눈으로 핀잔을 주고 있었다. 결혼 10년차 눈만 봐도 어떤 잔소리인지는 다 알 수 있었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투명스럽게 와이프는 "운동 잘 하고와"라고 말했고, 그 길로 운동을 하러갔다.
전에 와이프랑 같이 운동을 할때 샀던 줄넘기를 들고 나왔다. 가볍게 런닝을 할 생각, 하천을 따라 걷기를 할 생각을 했다. 우리 동네에는 '신어산'이라는 산이 있다. 그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하천이 있었는데 그 옆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둔 공원 같은 곳이 있었고, 길이가 상당했다. 1만보는 족히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은 그냥 간단하게 줄넘기나 하고 오자 였다.
정말 잘 되지 않았다. 정말 어릴 땐 줄넘기로 대회도 나가고 상도 받았는데 근 20년 정도 줄넘기를 하지 않다보니 줄을 돌리는 것도, 제자리 뜀을 하는 것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땀복을 입어서 그런지 10분만에 온몸에 땀이 났고 숨이 가빴다. 시원한 날씨가 순간 무더위로 바뀌었다. 몇번을 시도 했지만 3번만에 걸리고 말았다. 계속. 속으로도 `왜이렇게 안되지?`라고 생각하고 줄이 발에 걸릴 때 마다 한탄 섞인 혼잣말이 나왔다. 다행이 초등학교 주차장 쪽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없었다. 몇개하고 걸리는 도끼병 같은 부끄러움은 없었다. 그냥 짜증이 났다. 이렇게 쉬운 것도 잘 안된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요즘은 정말 편하다 핸드폰만 있으면 잘안되는것, 잘되는것, 모르는것 들을 금방 찾아보고 배울 수 있다. 줄넘기 하는 방법을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줄넘기로 영상을 찍어 올린 투버들이 많았다. 그리고 AI에게도 물어봤다. `줄넘기 하는법` 답변은 모두 비슷 햇다.
1.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2. 줄을 뒤로 넘긴다.
3. 팔을 앞으로 돌리면서 줄을 돌린다.
4. 줄이 발 앞에 떠어 졌을때 점프를 한다.
정말 심플한 답변이다. 이렇게 쉬운걸 왜 못하고 있을까?
진짜 거짓말 보태서 100번은 시도 한듯 하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는지 15분 정도를 연달아서 줄넘기를 했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줄넘기를 하고 나니, 땀이 정말 비오듯 오고 있었다. 안경은 땀이 묻어 잘 보이지 않았고, 눈에 땀이 들어가 쓰라렸다. 소매와 바지는 땀에 젖어 있었다. 운동량이 상당했다. `30분 만에 이정도라니` 그렇게 집에 갔다. #줄넘기 #쉬운게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