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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Aug 24. 2022

Salsa!

well-connected


7월20일 호주로 떠나기 전 발리에서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혼자 들렸던 래핑부다바laughing buddha bar. 래핑부다는 우붓 몽키포레스트 거리에 위치한, 매일 다른 종류의 라이브공연을 선보여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식당 겸 술집이다.


매주 수요일은 살사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었고, 음악이 시작되니 어디선가 댄서들이 하나 둘 나타나서 스테이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공연을 보는 동안 살사라는 춤이 예쁠뿐 아니라 서로 마주보고 춤을 추는 댄서들의 표정이 행복해보여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꼭- 살사를 배워야겠다 결심했다..!



8월에 다시 발리에 돌아와서 요가반 시간표를 구경하다가 살사수업을 발견했다! 새벽 아쉬탕가수련을 마치면 보통 오전엔 푹 쉬고 오후에 움직이지만, 11시 살사 수업을 사수하기 위해 이 날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요가원으로 이동했다.


수업 초반에는 스탭을 배우고 (basic, side, backstep) 중반부터 짝을 지어 춤을 추었다.

살사를 추는 두 명은 각각 leader(이하 ‘리더’)와 follower(이하 ‘팔로워’)로 구분된다.


파트너랑 춤을 출 때는 먼저 마주보고 기본 스텝을 밟으며 리듬을 타다가, 같은 방향을 보고 나란히 춤을 추도록 방향을 바꾸거나 턴을 하고 싶을 때 등의 변형은 모두 리더 손끝의 신호를 따라간다.


기본 동작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춰보는 시간은 팔로워가 동그랗게 원 모양으로 서있으면 리더가 한 명씩 다가와 짝을 만들고 춤을 춘다. 한 판이 끝나면 리더가 한 칸씩 옆으로 움직이면서 선생님이 알려주는 동작을 추가로 배워가는 수업구성 덕분에 모든 사람과 다 같이 한번 이상씩 춤을 출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건 선생님은 항상 connection(이하 ‘커넥션’)을 강조했는데 예를 들어, 팔로워가 턴을 돌 때도 리더는 손으로 허리를 감아주는 모션을 해주며 커넥션을 유지하라는 거였다.

커넥션의 핵심은 춤을 추는 중 모든 변화는 리더가 손끝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팔로워는 긴장을 하거나 의도를 가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온전히 리더를 믿고 기본 스텝을 밟으며 리더의 손 끝과 연결되어 그의 신호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요가나 춤을 배울 때 나의 동작에만 집중해왔던 나로서는 이런 살사수업을 특성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수업 중 여러명의 사람들과 합을 맞추어 춤을 춰보면 같은 동작이라도 파트너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 유난히 같이 추면 내가 되게 춤을 잘 추는 사람처럼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 선생님이 알려준대로 충실히 리드해주는 사람도 있고,

* 매우 뻣뻣하지만 해맑은 표정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있었고,

* 음악이 바뀌니 갑자기 눈을 감고 충분히 음악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었고,

* 혹시나 상대방 발을 밟을까봐 한껏 긴장한 채 바닥에서 눈을 못떼는 나에게 look up, look up! 이라며 자기 눈 보라고 여유있게 한 수 가르쳐주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내 평소 성격이 춤에 드러났는데, 수업 중 한 스텝도 놓치지 않고 배우려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무한반복했고, 결국 리더가 신호를 주지 않았는데 혼자 턴을 해버려서 서로 엄청 웃음이 터졌다. 너 왜 혼자 돌고있어? 하하하 미안미안…


춤에서도 각자의 성격이 묻어나오는데 특히 파트너가 있는 춤에서 손끝의 에너지만으로도 서로가 그걸 느낀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선생님이 수업 중 강조한 커넥션은 서로가 믿고 연결되는 것이 춤실력에 상관없이 참여자로서 춤을 잘 추는 방법이었다. 왜 요가원에서 소셜댄스를 가르치는지 알 것 같았다.




지난 수요일, 스위스친구가 내가 갔던 래핑붓다 살사 라이브공연에 가보고싶었는지 저녁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회 본방사수를 하겠다는 일념에 제안을 거절했었다.


목요일에 어제 잘 다녀왔냐고 물으니 혼자가기는 쑥쓰러워서 안갔다는 말에 조금 미안해져서 나는 금요일 밤에 다른 바에서 라틴공연 있던데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했고 우리는 금요일밤 라틴음악에 흠뻑 취해 즐겼다.

라이브 공연 중 스위스친구는 요가반에서 바차타 수업을 들었다며 나에게 바차타 스텝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녀에게 살사 스텝을 알려주었다.


1, 2, 3 원투쓰리-

5, 6, 7 파이브식스세븐-


스위스친구는 발리에 오기 전 5개월동안 남미 여행을 하고 온 친구였기에 평소에도 만나면 남미 여행기를 자주 들려준다. 오늘 라이브바에서 나오는 라틴 노래들을 거의 다 알고 율동까지 외워추면서 스테이지 위 브라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춤을 즐기는 스위스 친구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단숨에 같이 여행 온 친구가 되어 즐기는 모습이었다.




라틴공연에 가기 전, 스위스친구랑 요가수업에 같이 참여하고 라이브바로 같이 이동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의 요가수업은 아프리카출신 선생님, 아프리카음악과 함께하는 수업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라이브바로 걸어가면서 나는 아프리카음악을 처음 들어봤다고 말하니 친구는 한국은 거의 케이팝만 듣지 않냐고 물어왔다. 이전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었는데, 라이브밴드 공연 중 나는 제목도 모르는 노래를 모두가 떼창하며 즐길 때 옆에 있던 유럽친구에게 ‘어떻게 다알아?’ 라고 물어보니 “미국노랜데 유럽에서 10년전에 엄청 유명했던 노래야. 한국은 거의 케이팝만 듣지?” 라고 말했었다. 이 때 왜 가수들이 ‘빌보드’를 꿈의 차트라고 생각하는지를 실감했다.


나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고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고유한 민족성을 가졌다고 배워서일까? 우리나라는 같은 맥락에서도 고유의 문화를 유지한다. 음악도 드라마도 영화도, 한국인은 우리만의 컨텐츠를 자주 즐긴다. 그리고 메신저도   ‘카카오톡’이라는 고유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포털사이트도 ‘다음, 네이버’를 사용하는 주로 사용한다.


한국에 3년 이상 살았던 우리요가선생님은 벨기에 여권을 가지고 세계 곳곳에서 생활하면서 요가를 가르치는 분이었다. 어느 나라에 살든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운 덕분에 10개국어를 할 줄 아는 분이셨는데, 한국어가 자기가 배운 언어 중 가장 어렵고, 외국인으로서 여러 나라에 살아봤지만 한국이 생활하기에 가장 어려운 나라라고 하셨다. 모든 중요한 정보는 한국 플랫폼에 있고, 번역도 통하지 않아 검색하기도, 정보를 읽기도 너무 어렵다고.




스위스친구랑 처음 만나 초반에 식사를 하며 그녀는 스위스를 소개할 때, 스위스사람을 “well-organized”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고수하며 버텼던 역사만 봐도 우리는 항상 강대국 사이에서 자국을 지키기 위해 민족끼리 뭉치는 경향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해주었다.


발리여행 초반, 스위스친구랑 나는 둘 다 “여자혼자 두달 해외여행”이라는 공감대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루는 그녀가 나에게 발리여행 중 먼 거리를 차로 이동해야하는 경우 혼자왔으면 어떻게 다녔는지 물어봤다. 음… 나는 발리여행하는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동행을 구해서 같이 다녀왔는데, 라고 말했더니 스위스친구는 매우 놀란 눈치였다.

와, 스위스보다 한국이 더 well-organized된 나라인 것 같다!

다행히 스위스친구는 식당과 카페에서 유럽출신 사람들을 사귀어 누사페니다, 아메드 등 발리 곳곳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만하게 즐기고 있다.



나는 이제 한국인 동행을 찾지 않는다. 한국인의 wll-organized된 방식으로 발리를 여행한다면, 우붓은 너무 심심해서 오지 않아도 될 곳이거나, 하루이틀로 충분한 곳이다. 내가 지난 한 달간 머물렀던 에어비앤비는 한국인이 자주 온다고 하는데 - 실제로 나도 한국인 리뷰가 많아서 더 끌렸다. - 호스트도 “한국인은 보통 1박, 2박으로 우붓여행을 끝내는데 넌 참 오래 지낸다.”라고 말했었다.

세달 째 우붓에서 지내고 있는 나는 요즘 길에 보이는 현수막이나 전단지에서 또는 여기서 만난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아 돌아다닌다. 덕분에 우붓 곳곳의 아름다운 수련원에서 인생 처음 경험한 ecstatic dance, breathwork, kirtan, chanting 그리고 salsa까지 모두 재밌고 만족스러웠다.


길어지는 해외생활과 깊어지는 영적수련의 시너지는 열린마음을 오래 유지하게 해준다. 이제는 카페에서 맛있는 쿠키를 발견하면, 옆에 앉은 사람한테 내 쿠키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나눠주기도 하고, 발리 전통의상을 단정하게 입은 요가원 카운터 직원에게 cantik(인도네시아어로 예쁘다, beautiful)이라고 먼저 엄지척! 날려준다.

몇일 전 처음으로 아침 아쉬탕가요가원에서 한국인 여자를 만났고, 저녁에 들른 인도네시아 식당에서 혼자여행 온 한국인 남자를 만났다. 여느때와 같이 먼저 말을 걸고 인사를 건넸지만, 그들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유난떠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괜히 소심해져서는 ‘오히려 한국인이 더 다가가기 어렵네.‘라고 느끼며 집에 돌아왔다.


아무래도 난 지금 Well-organized 한국인 정체성은 잠시 넣어두고,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인 well-connected를 발견하는 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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