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riana Dec 16. 2022

응급실에 갔다.

일기

한 두 달 전부터 손목이 시큰거린다. 최근에는 왼쪽 팔이 저리고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며칠 전부터 뒷골이 땅기고 왼쪽 갈비뼈 아래가 쑤시고 등이 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 3~4일은 근육통처럼 몸살이 와서 식은땀이 다. 밥을 먹으면 속이 메슥거려서 몇 숟가락 먹다 내려놓는다.

인터넷에서 내가 겪는 증상들을 찾아봤다.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이었다. 건강염려증이 심한 나로서는 걱정이 돼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인터넷을 찾아본 다음날  눈 뜨자마자 내과 달려갔다. 심전도를 찍고 폐 검사를 했다. 다른 증상들은 신경과를 가보라고 해서 근처 병원에 가서 예약을 했다.

다음 주 목요일.. 나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제일 빠른 날짜라고 예약은 했지만 내 성격상 기다리는 시간 동안 말라죽을 것이다.

하루 종일 굶었다. 오후 4시가 되었는데도 배고프지가 않았다. 그대로 1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났다.

얼굴이 이상했다. 왼쪽 얼굴 쪽이 저렸다. 혀도 뺨도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그대로 엄마와 응급실로 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주렁주렁 달린 닝게를 보고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병이 뭔지 빨리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비싼 치료비는 무섭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을 들으시더니 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CT를 찍자고 했다. 나는 뇌가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어쨌든 CT를 찍었더니 목에 실금이 있다고 했다. 

실금?! 최근에 넘어진 적도 다친 기억조차 없는데 언제 금이 간 걸까..  곧 MRI도 찍어보자고 해서 처음 찍었다. 관처럼 좁은 공간에 30분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폐쇄 공포가 있는 나에게는 너무 좁아서 무서웠고 국 진정제를 맞고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를 기다렸다. 금방 오신다던 정형외과 선생님은 12시가 다 되어갔지만 오지 않았고 푹 잠이나 자라고 간호사 선생님이 끝쪽으로 자리까지 옮겨주셨다.

의자뿐인 보호자석에 같이 오신 엄마가 너무 안쓰럽게 졸고 계셨다. 주변에 환자가 아무도 없어서 잠시 의자를 이어서 누울 수 있게 해 드렸다. 나 혼자 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엄마는 끝까지 내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셨다. 우리 엄마는 천사다.

다음날 새벽 6시가 되어서야 결과를 들었다.

실금 있는 거 외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목보호대를 하고 야간약국에서 약을 탔다.

실금 때문에 그런 증상들이 있다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신경과에서 가서 뇌를 찍어봐야겠다. 내 건강염려증을 이길 수가 없다. 당일 외래 진료를 잡고서야 집으로 갔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 이제 응급실 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올케에게 감동을 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