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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맘 Jul 30. 2020

단호박 2천 개, 어떻게 팔건대?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무식쟁이


상상 이상의 넓이, 드넓은 1,800평을 무엇으로 다 채우지?


도시에 살 때 넓은 아파트에 산다 해도 고작 30여 평이었기에 1,800평은 감도 오지 않는 엄청 넓은 땅이었다.


닭을 키울 땅 100여 평과 사료장 50여 평, 관리사 20여 평, 그 외 잡다하게 필요한 땅을 넉넉하게 잡아 뺀다 해도 1,500여 평이 남았다.

남는 땅을 어찌 관리할 것인가가 우리에겐 큰 숙제였다.

풀 한 포기 제대로 키워본 적 없는 도시 촌놈 둘이 남는 땅을 활용할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닭을 키우는 방법만 남편이 배워왔을 뿐, 농사는 젬병이었다.

나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 몇 개 키워본 경험만 있었을 뿐이었고, 그나마도 죽어나가는 화분이 대다수였기에 식물 키우는 일은 관심 밖의 일들이었으며, 자신도 없었다.

그런 우리들 앞에 놓인 1,500여 평의 땅은 무언의 압박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떤 작물을 언제쯤,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은 고사하고, 씨앗도 모종도 농사와 관계된 농기구 하나 변변찮던 우리들은 그저 농사 무식자였다.


그때 마침 중고로 구입했던 트랙터마저 고장 났다. 트랙터를 고치러 왔던 사람이 4월이 되었는데도 텅텅 비어있던 밭을 보며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사실 우리에겐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아는 작물이 고추나 상추, 깨, 콩 등 밖에 없던 우리는 그것들 중 하나를 심어볼 참이었다. 물론 그것마저도 아는 지식 없이 무조건 심고 보는 무식한 농법을 실천 참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트랙터 기술자는 자신이 심고 난 단호박 모종이 1,600개가 남으니 주겠다고 했다.


고랑과 이랑을 내고, 잡초 방지를 위해 검은색 비닐 피복을 하고, 호박 모종 심을 자리마다 구멍을 내어 물을 가득 채운 후 심으라고 일러주고 갔다.


트랙터 기술자가 일러준 대로 일단 600평에만 심어보기로 했다.

뜨거운 봄볕 아래에서 꼬부리고 일하느라 허리가 끊어지도록 아프고, 다리가 저려도 기분이 좋았다.

얼굴이 새카매지고, 손목과 손가락 마디가 시큰거려도 행복했다. 매니큐어가 벗겨진 손톱 밑에 흙 때가 끼어도 괜찮았다.


3개월 뒤, 귀농한 우리에게 첫 수입이 생길 거였으니까!!!


단호박은 생각보다 엄청 잘 자랐다. 잎이 밭을 메우며 초록 초록해지는 것을 볼 때마다 배가 불렀다. 즐거운 상상도 했다. 첫 수입으로 무얼 할까?


그런데 달린 호박이 점점 커질수록 걱정도 함께 커져갔다.


"언제 수확하지?"

"어떻게 팔지?"


남편에게 트랙터 사장님한테 전화해보라고 재촉했다.

언제쯤 수확하며, 수확하는 방법, 수확해서 저장하는 방법, 그리고 제일 중요한 판매 방법 등을 알아보라고 했다.


"잘~ 팔면 돼유~"


한마디로 자기는 자신의 것 팔기도 바쁘니 알아서 잘 팔라는 뜻이었다. 폭망.

도대체 이걸 찌 다 판담?

 개도, 백 개도 아닌 족히 2천여 개는 될 텐데-!

우리는 바보였다.

무조건 심고 키울 줄만 알았던, 판매 방법을 생각조차  못해본 멍청이다.


단호박이 여물어갈수록 우리의 고민도 함께 깊어갔다.


도대체 단호박 2천 개를 어떻게 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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