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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Dec 13. 2021

우리 재산 다 너네 것 아니냐 2

유통기한이 긴쪽을 선택하라

살아가다 보면 자주 깨닫게 되지만 인생의 모든 것에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얼굴이 있다. 후배의 시부모님은 점점 더 시시콜콜한 부부 문제, 손주들 문제까지 간섭을 하시더니 나중에는 아예 모든 일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모든일을 부모님과 상의하는 것 까진 좋았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끝없는 지시와 조종 속에 그녀는 지쳐갔다.


더 어이없던 것은 그 남편의 태도였는데 툭하면 '엄마한테 가서 밥 먹고 들어갈게. 엄마랑 자고 갈게.'라고 말하며 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부부는 자신들의 문제에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다. 결국 이혼하기 전에 어떤 노력이라도 해봐야겠다고 판단해서 이사를 단행했다.     


시댁과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한 후 그제야 조금 상황이 풀리는 듯했지만, 남편이 계속 시댁에 가서 자금을 받아 사업을 꾸려나가는 처지이니 마음이 여전히 편치 않았다. 하지만 별도리가 없는 것 아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도리가 없는 것일까?두 부부는 이미 시댁의 재정지원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어서 자력으로 독립을 하는 것에 용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 후배가 내게 조언을 구했을 때 실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말했다.     


첫째 부모님께 재정지원을 받지 말아라. 

남편이 시댁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당장은 힘들어하겠지만 차라리 발로 뛰어 근성과 신뢰를 보여주고 남에게 투자를 받지, 부모님께 지원받는 일은 그만두라. 그렇게 의지하는 마음이 없어야 남의 돈 무서운 줄 알고 더 치열하게 노력한다.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계속 사업자금과 용돈을 받으려면 고민하지 말고 부모님의 말대로 따르며 편한 일상을 사는 것도 괜찮다. 선택의 문제다.

두 생각 품고 갈등하지 마라. 하지만 나는 유통기한이 긴 자유가 보장된 전자를 권한다.   

나의 후배는 남편이 지원받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으나, 수시로 주시는 용돈과 생활비는 용기를 내어 사양하기 시작했고 대신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본 끝에 한 카페에 매니저로 취직했다.

스스로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새벽 일찍 나가 청소를 하고 가게문을 열고 주인 대신 손님 응대를 하며 월급을 받았다.

요즘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지고 활기차진 나의 후배를 만나는 기쁨이 크다. 나의 후배는 나름의 경제적 자유의 힘과 자신감을 얻었다. 칭찬했다. 시부모님께 의기양양 오히려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단다. 깜찍한 아이 같으니라고.     


둘째 결혼 이후에는 부부의 문제 자녀의 문제를 너네 부모님과 상의할 일이 아니다. 가능한 둘이서 해결하고 너의 시부모님의 경우는 나중에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괜찮지만 모든 판단과 결정은 부부가 한다는 원칙을 세우라. 원칙과 기준 없는 부모는 자식 교육도 하기 힘들다.


셋째 무엇보다 누구보다 부부 서로 간의 행복이 우선순위임을 잊지 말아라. 하나 되어 똘똘 뭉쳐라.

그다음에 시댁도 있는 것이다. 일하고 두 아이까지 키우는데 시댁 눈치까지 보 콸콸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란 말이다.

     

넷째 다른 돈 많은 형제자매들의 아이들과 비교당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공부를 하고 부부만의 교육철학을 세워나가라. 시대를 읽고 오직 입시 중심이 아닌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저력 있게 키우는 것인지 미리 정리해두라. 시부모님이  비교를 하더라도 너네 가정만의 교육방침이 있고 그 길을 잘 걷고 있다고 안심시키려면 무엇보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아야하기때문이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공부를 해서 중심을 세워 두어야 하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가 가장 잘 알고 도울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     


후배는 많이 변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지치기를 해나가며 잘 해결해 나갔다.

나의 인생에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헷갈릴 땐 우선순위만 잡으라! 부부 그다음엔 자녀 그리고 나의 성장.그 외는 조금씩 못하자. 그냥. 완벽주의자는 어떤 비난도 받고 싶어 하지 않고 사랑도 완벽하게 받으려고 하는데 내려놓으라. 부디.


후배여 너는 너 자체로 소중하다. 매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길 바란다.

나는 자유로운가 나의 결혼생활은 행복한가.행복하길 빈다.



이글의 에필로그     


1. 나도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날마다 행복과 살아갈 이유를 선물해주는 보물들이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20살이 되면 학비 용돈 등 모든 재정지원이 끝남을 진작부터 강조해왔었고 지금 그대로 실현 중이다.(미국인 줄!) 우리는 우리의 아들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도록 잘 준비되길 원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첫 열쇠인 자신의 인생을 주도하는 저력을 가진 남자 그리고 남편들이 되기를 원한다.


2. 한 기혼 여성의 결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시부모는 차로 2시간 이상! 거리에 있는 경우 결혼 만족도가 최고치로 나타났다.


3. 시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가까운 곳에 살며, 인생의 참된 멘토와 멘티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관계에 있으신 분들을 존경한다. 그것이 나의 꿈이었음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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