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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Oct 04. 2024

내가 사랑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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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쓴소리 들어가며 하루를 버티고

수많은 사람들 속 비집어 가며

네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

항상 제자리서 날 기다리는

네가 있다는 걸 알기에

난 충분했어


서러운 날

우울한 날

예민한 날

가릴 것 없이

언제든 안길 수 있는

너의 품 있기에


울고 싶은 날

너의 넓은 어깨 비집고 들어가

눈물 적시면 되기에

난 충분했어


비가 오나

태풍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의 보금자리

어둑한 밤 되면

너의 옆 자리에 우두커니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나를 지켜주기에

함께 곤히 잠드는

너와의 밤을 사랑했어


충분했던 나

너와의 밤을 사랑했던 나


내 옆에 너는 이제 없는데

그때의 나는 어디 갔을까.




환한 빛이 가득 한 방

피곤이 몰려와

조명을 끄는 찰나

갑작스레 찾아온 허전함을 느껴


문득 너와의 지난날들

함께 했던 밤들이 생각나는 건

어느새 내가 혼자만의 밤에 익숙해져 있기에

너와의 밤을 잊고 살고 있음에도

충분했기에


내가 사랑했던 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밤

나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

어느 날의 너의 선택 나의 선택

그로 인해 멀어진 우리의 모습


아팠던 선택

슬픔은 나를 단련시켰어

파도와

파도와

파도에

파도에 밀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정말 알갱이뿐인 나


단단해졌을까?


조명을 껐을 때

스치는 기억의 흔적

어둠이 익숙해진 나 자신

고독해 보이지 않아

쓸쓸해 보이지 않아


네가 없어도

나는 나대로 괜찮아


나는 너와의 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의 밤을 사랑하는 것이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밤은

내게 평화를 주는 밤

내게 안정을 주는 밤


찬란히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

잠시 쉬러 가는 시간

모두가 고요히 잠드는 시간


하늘의 별을 보며

기도를 하는 나의 모습

난 그런 밤을 사랑해


함께여서 온기가 느껴졌던 밤

그러나 내 마음을 지펴 세상을 밝히고 싶은 밤

그 소망 가지고

나 달빛 아래서 기도하는 밤


언젠가 내 마음 지폈던 너이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노래하며 세상을 위로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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