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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스트 Oct 05. 2024

흙탕물 마음

낙화(落花)




내 마음은 혼탁하디 혼탁하여

흙탕물과 같습니다

걸러내고 걸러내도

맑은 물이 될 수가 없습니다

나를 짓누르는 죄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숨을 들이켜기가 힘듭니다

바라면 안 되는 것을 바라고

원하면 안 되는 것을 원했던 대가는

참으로 혹독합니다


나는 점점 침체되어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습니다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몸부림을 치면 칠 수록

심연으로 끌려들어 갈 뿐입니다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요

누구에게 잘못을 한 걸까요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은 맞을까요

아무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슬픔은 내가 위로해 줬는데

나의 슬픔은 누가 위로해 주는지

나의 고통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난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이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예쁘게 포장해서 전달해 주려는 마음,

참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이제는 원치 않습니다

너무 많이 다쳤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위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머금고 있던 희망

조금의 수분마저 햇빛에 빼앗겨

난 메마른 낙엽처럼

스며들었던 소중한 마음은 낙화하여

남은 건 진흙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내가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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