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내 마음은 혼탁하디 혼탁하여
흙탕물과 같습니다
걸러내고 걸러내도
맑은 물이 될 수가 없습니다
나를 짓누르는 죄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숨을 들이켜기가 힘듭니다
바라면 안 되는 것을 바라고
원하면 안 되는 것을 원했던 대가는
참으로 혹독합니다
나는 점점 침체되어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습니다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몸부림을 치면 칠 수록
심연으로 끌려들어 갈 뿐입니다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요
누구에게 잘못을 한 걸까요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은 맞을까요
아무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슬픔은 내가 위로해 줬는데
나의 슬픔은 누가 위로해 주는지
나의 고통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난 잘 모르겠습니다
매일매일이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예쁘게 포장해서 전달해 주려는 마음,
참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이제는 원치 않습니다
너무 많이 다쳤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위했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머금고 있던 희망
조금의 수분마저 햇빛에 빼앗겨
난 메마른 낙엽처럼
스며들었던 소중한 마음은 낙화하여
남은 건 진흙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내가 원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