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터벅터벅
쓴소리 들어가며 하루를 버티고
수많은 사람들 속 비집어 가며
네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
항상 제자리서 날 기다리는
네가 있다는 걸 알기에
난 충분했어
서러운 날
우울한 날
예민한 날
가릴 것 없이
언제든 안길 수 있는
너의 품 있기에
울고 싶은 날
너의 넓은 어깨 비집고 들어가
눈물 적시면 되기에
난 충분했어
비가 오나
태풍이 오나
바람이 부나
우리의 보금자리
어둑한 밤 되면
너의 옆 자리에 우두커니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나를 지켜주기에
함께 곤히 잠드는
너와의 밤을 사랑했어
충분했던 나
너와의 밤을 사랑했던 나
내 옆에 너는 이제 없는데
그때의 나는 어디 갔을까.
환한 빛이 가득 한 방
피곤이 몰려와
조명을 끄는 찰나
갑작스레 찾아온 허전함을 느껴
문득 너와의 지난날들
함께 했던 밤들이 생각나는 건
어느새 내가 혼자만의 밤에 익숙해져 있기에
너와의 밤을 잊고 살고 있음에도
충분했기에
내가 사랑했던 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밤
나는 충분하지 않은 걸까?
어느 날의 너의 선택 나의 선택
그로 인해 멀어진 우리의 모습
아팠던 선택
슬픔은 나를 단련시켰어
파도와
파도와
파도에
파도에 밀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정말 알갱이뿐인 나
단단해졌을까?
조명을 껐을 때
스치는 기억의 흔적
어둠이 익숙해진 나 자신
고독해 보이지 않아
쓸쓸해 보이지 않아
네가 없어도
나는 나대로 괜찮아
나는 너와의 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나의 밤을 사랑하는 것이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밤은
내게 평화를 주는 밤
내게 안정을 주는 밤
찬란히 세상을 밝혀주는 빛이
잠시 쉬러 가는 시간
모두가 고요히 잠드는 시간
하늘의 별을 보며
기도를 하는 나의 모습
난 그런 밤을 사랑해
함께여서 온기가 느껴졌던 밤
그러나 내 마음을 지펴 세상을 밝히고 싶은 밤
그 소망 가지고
나 달빛 아래서 기도하는 밤
언젠가 내 마음 지폈던 너이지만
지금은 내 마음을 노래하며 세상을 위로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