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겨울에 머문다.
잿빛 기억 위로 들이치는 과거의 빛들은 잃어버린 조각처럼 흩날린다. 높이 세운 깃발처럼 발버둥치는 그 모습이 언뜻 보기엔 날아가려 하는 무언가를 묶어둔 것만 같다.
기억 속에 나는 바람 가운데 서 있다. 뒤를 돌아보면 파란 하늘이 오래된 사진 속에서 그렇듯 눈부시게 열려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면 옆으로 낙옆들이 굴러간다. 내 발은 그 자리에 머물지만 내 눈은 그 낙옆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고 시간의 둔턱을 내려가 다음 겨울이 올때까지 머문다. 낙옆들이 조용히 땅 속으로 들어가 사라질때까지 머문다. 웅크린 그들의 얼굴이 고요하게 잦아들때까지.
모든 것들이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나를 남겨두었다. 스치는 사람들의 눈동자 속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길을 잃도록 남겨두었다. 비어있는 마음은 떠나버린 사람의 신발처럼 바람에게 그 속을 내어주었다.
스쳐가는 것들과 스쳐지나갈 것들과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같은 나는 그렇게 겨울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