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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Working Dad Dec 30. 2021

집짓기 차차차

우리는 왜 집을 짓기로 결심했나

2021년 12월 28일. 한 달 전 계약한 토지의 잔금을 무사히 치르고 토지의 소유주가 되었습니다. 집짓기를 결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를 찾고, 적당한 땅을 골라 계약하고... 매 순간순간 우리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밤잠 설쳐가며 고민하고 번뇌했던 시간에 비해 잔금을 치르고 토지의 주인이 바뀌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습니다. 매도인부터 은행 직원, 부동산 주인 내외, 법무사까지 바쁜 연말인데도 우리 부부의 원만한 토지 인수를 위해 기꺼이 한 자리에 모여 준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잠시, 낯설고 긴장된 상황에 '이 사람들이 다 우리한테 사기 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신의 마음으로 그들을 몰래 몰래 곁눈질하며 관찰한 것을 사과하고 싶습니다.


토지 명의가 온전히 우리 것이 되면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딱히 감정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전에 파주를 오갔던 때보다 돌아오는 차 안의 공기는 조금 더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도 아내도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건축이라는 큰 산의 위압감에 억눌려 쉽사리 안도의 한숨을 내뱉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토지 구입은 집짓기의 준비단계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거금을 들여 토지를 구입한 이상, 이제는 더 이상 집짓기 결정을 번복할 수도, 물러설 수도, 망설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부담감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딱 1년 뒤 미래로 날아가서 집이 잘 지어 졌는지, 우리 가족은 그 집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지 잠깐만 보고 오고 싶습니다. 그러면 안심이 되어서 집짓기가 훨씬 즐겁지 않을까 해서요.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결정인 만큼 그 과정 또한 순탄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는데, 가 보지 않은 길, 그것도 가진 것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우리 부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위태로운 집짓기 여정을 떠나 오게 된 걸까요? 잔금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창문을 내려 날숨으로 탁해진 공기를 내보낸 자리에, 우리가 왜 집을 짓기로 했었는지 그 시작의 기억들이 청량한 겨울 바람을 타고 쏟아져 들어와 불안하게 떨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갯마을 차차차 

대학교를 결정할 때도 그랬고, 첫 직장을 선택할 때도 그랬고,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사소한 우연으로 시작해서 오랜 고민없이 쉽게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집짓기 결정도 그랬습니다. "우리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 짓고 살면 어때?" 김선호/신민아 주연의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아내에게 던진 질문이 이 긴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어렸을 때는 서울에 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상경했는데, 마흔을 코 앞에 둔 아저씨가 되고 나니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아, 이웃을 친구삼아 아옹다옹 살아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물론, 도시가 주는 편리함과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은 포기해야 겠지만, 적어도 주변 환경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고군분투하는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제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거주하는 곳이 용인인데, 서울도 아닌 것이, 시골도 아닌 것이, 차가 없으면 어디 갈 데도 없고 산책로도 마땅치 않은 답답한 아파트 라이프에 싫증이 나고 있었던가 봅니다. 더군다나, 층간소음 때문에 혈기왕성한 두 아들놈을 매일같이 핍박하느라 스트레스도 심하구요. 


아파트 팔고, 대출 받고, 모아둔 돈 합치면 어찌어찌 땅 사고 집 지어볼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서고 나니, 성격 급한 아내는 폭풍 검색으로 집짓기라는 대장정의 출발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우리 부부는 매일 밤 강원도를 시작으로 경상도를 거쳐 제 고향인 전라도, 아내의 고향인 강화도 등 전국 각지의 땅값을 확인하는 온라인 부동산 전국투어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지역 찾기 

갯마을 차차차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저는 자연이 있는 곳, 특히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새로 이사한 누나집 거실에서 내려다 본 소래포구의 전경과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시드니 아파트 베란다 앞에 펼쳐졌던 가슴 뻥 뚫리는 바다뷰가 눈에 아른 거렸습니다. 


반면, 아내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건에 집중했고,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매물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1. 마을이 형성되어 최소한의 치안이 보장되는 곳

2. 초등학교가 가까워 아이들 도보 통학이 가능한 곳

3. 가까운 곳에 병원, 약국, 마트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있는 곳 


그런데, 바다가 보이는 지역은 대부분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있어서 땅값이 너무 비싸거나, 너무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초등학교와 편의시설이 동네에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저의 이상과 아내의 현실이 합치되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이상은 선택조건이지만 현실은 필수조건이기에 과감하게 바다를 버리고, 아내의 현실 기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찾은 최종 선택지가 바로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입니다. 법흥리는 이미 십수년전부터 주택 생활을 꿈꾸는 가족들이 이사와서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집을 짓고 살고 있어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어디에서 출발하든 도보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초등학교가 마을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도 있어서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이미 갖춰져 있는데다 지근 거리에 신세계아울렛, 헤이리, 출판단지가 있어서 쇼핑과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법흥리는 계획주택단지로 조성된 곳이라서 이미 토목공사가 완료되어 있는데다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땅값이 2배 가까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편에 과욕은 아닌지 잠시 망설였지만,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과 책임은 미래의 우리에게 맡기고, 지금은 현재의 우리에게만 충실한 선택을 하자는 YOLO적인 마음가짐으로 임장을 위해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로드뷰 보고 땅 계약한 썰 

용인에서 파주까지 편도 2시간, 엄청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월급쟁이 직장인 처지에 자주 다녀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격필살! 한 번의 임장으로 승부를 보고 오자는 결연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블로그나 SNS에 올라온 집짓기 사례들을 보면 최소 2~3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임장을 다녔다고 하는데, 오래 고민하는 건 저나 아내나 성격상 맞지 않았던 탓에 이왕 집짓기로 결정한거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시간 버리지 말고, 빠르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행동에 옮기는 쪽으로 의기투합이 되었습니다. 


파주 임장 가는 길


부동산 두 곳을 통해, 가용 예산 범위 내에 들어오는 10개 정도 되는 땅을 둘러보았고, 그 중 한 곳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땅 보러 온 당일,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하니 부동산 사장님도 흠칫 놀라는 눈치였지만, 한 편으론 이게 왠 떡인가 싶었는지 바로 땅주인에게 연락해서 계약 날짜를 잡고 용인으로 돌아왔습니다.


'좀 더 기다리면 더 싸고 좋은 위치에 땅이 나오지 않을까? 법흥리가 최선의 선택이 맞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이 잠시 잠깐 머리 속을 비집고 들어왔지만, 어떤 집을 지을까...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불안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빈 자리에는 즐거운 상상의 아드레날린만이 가득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 노을이 유난히도 예뻐 보이는 저녁이었습니다. 


그런데, 즐거움도 잠시,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매도인이 갑자기 땅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세금이 어쩌고 저째서, 땅을 팔지 않기로 했다는 땅주인의 상황을 전하는 부동산 사장님의 목소리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본인 잘못도 아닌데, 연신 사과하는 사장님이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주인이 안 팔겠다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어 "알겠다. 괜찮다. 좋은 땅 나오면 연락달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이 동네에 내 집을 짓겠노라 마음을 한 번 정하고 나니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를 켜 놓고 법흥리에 올라온 토지 매물을 이곳 저곳 클릭하던 중, 대로변이라서 이전에는 관심을 갖지 않던 토지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등학교까지는 도보 5분, 오늘 본 마을 분위기를 봤을 때 대로변이라고 해도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고 행인도 많지 않아서 큰 불편함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네이버 로드뷰로 토지 근처를 꼼꼼이 살펴 보니 토지 양 옆에 3층 높이의 건물들이 있어서 일조 조건이 조금 안 좋지만 남향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나 : "내일 다시 가서 보고 올까?"

아내 : "오늘 동네 다 보고 왔는데 또 볼 거 있어?"

나 : "그렇지? 그냥 내일 부동산에 연락해서 여기 계약할까 그럼?"

아내 : "그러지 뭐. 땅은 계약서 쓰는 날 가서 보고."


이번에도 아내와 나는 아주 쉽게 의견일치를 보았고, 우리는 로드뷰만 보고 땅을 계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9시 정각에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매물을 올려 놓은 부동산이 달라서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부동산이었습니다. 


나 : "사장님, 법흥리 0000-00번지 토지 아직 있나요?"

사장님 : "네, 있어요."

나 : "제가 바로 계약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장님 : "... 땅은 보셨어요?"

나 : "어제 동네는 둘러봤고요, 그 땅은 로드뷰로 자세히 봐서 굳이 직접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사장님 : "... 그래요? 음...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매도인에게 바로 연락해서 계약 날짜 잡을께요."

나 :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500만원만 깎아달라고 말씀드려봐 줄 수 있을까요?" 

사장님 : "네, 매도인에게 잘 이야기해 볼께요."


(30분 뒤) 


사장님 : "매도인과 통화했어요. 제가 잘 얘기해서 땅값도 천만원이나 깎았어요."

나 : "아이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계약 날짜랑 준비할 서류 알려 주시면 준비할께요."

사장님 : "네~ 네~ 제가 감사하죠~ 필요한 내용 문자로 보내드릴께요~."


전화 한 통으로 땅도 안 보고 계약을 하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ROI 높은 해피한 상황인지 부동산 사장님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물론, 집 지을 땅을 다시 찾은데다 땅값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깎아준 덕분에 우리 부부도 들뜨긴 마찬가지였구요.


To be continued...




집짓기 Lessons Learned_토지 매입

1. 토지를 구입할 때는 밑져야 본전이니, 가격을 깎아달라고 중개인에게 부탁을 해 보는 게 좋습니다. 토지주들 중에는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했거나 부동산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은 중개인들과 장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개인이 말 잘 해 주면 깎아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2. 토지 매매에 대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최대 0.9%로 일반 주택 매매 수수료(0.4~0.7%)에 비해 꽤 높은 편이니까 미리 참고해 두세요. 물론, 중개 수수료 또한 중개인과의 협의를 통해 할인이 가능한 부분이니 거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개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법흥리 토지 매입 과정에서 만난 2개 부동산 정보를 남깁니다. 2곳 사장님 모두 친절하고, 법흥리에 대해 잘 알고 계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인돌 부동산]

[에이스 부동산]


3. 토지 매매에 대한 취득세 또한 4%로 주택 취득세(1~3%)보다 높습니다. 여기에 지방교육세 0.4%, 농어촌특별세 0.2%가 추가되는데, 억대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주택 토지 매매 특성상, 취득시 발생하는 세금만 천만원 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집짓기 예산에 꼭 반영해 두시기 바랍니다. 매입하고자 하는 토지의 취득세 계산에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 링크를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취득세 계산기]

[국토교통부 토지 개별 공시지가 확인 페이지_취득세 계산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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