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로도 안끝나는 네버앤딩 출국기
지난편에 이어서..
미리 알려드리는데 2편으로 안 끝날거 같습니다..
죄송... 합니다... ㅎㅎ
짐을 본격적으로 싸기 시작한건 출발 전날(2023.03.29.) 저녁 9시경이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5시 경이었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까지 시간이 있었으로 매우 충분하다 싶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입을 옷부터 시작해서
수건 몇 장, 양말 및 속옷.
두 달 동안 일용한 양식이 되어줄 햇반, 김, 참치, 라면
몰타에는 화장품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별로 안맞다고 하여
겨우겨우 인터넷으로 주문한 화장품
(심지어 혹시 몰라 대용량으로 삼.)
혹시나 아프면 안되니까 상비약도 챙겼으며
엄청나게 긴 3m 짜리 멀티탭도 구매하여 챙겼다.
(사실 이 정도로 긴 건 와보니 딱히 필요 없었다...)
각종 필요할 충전기구도 챙겼으며
노트북도 챙겼다.
사실 노트북은 정말 많이 막판까지 망설였던 물품이다.
노트북 때문에 캐리어를 하나 더 들고 가야했을 정도로
짐 무게와 부피를 상당히 차지하는 제품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아이패드도 있었기 때문에
무선 키보드를 통하여 아이패드로 글쓰기 작업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는 엄청난 “혹시 몰라”병의 환자라
라는 망상에 빠져 결국 집에서 뒹굴고 있는
잘 안 굴러가는 바퀴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20인치 캐리어에 노트북을 꾸겨넣었다.
(이 캐리어는 결국 가는 내내 나를 엄청나게 괴롭혔다.)
그렇게 짐싸기가 0시쯤 끝났고, 나는
“그래 뭐 이제 할거 다했으니 별 일 있겠어?”
라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오산이었으니...
다음날 아침 불현 듯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어젯밤 신나게 싸기만 하다가 놓친 지점이 있었으니,
비행기는 수하물 무게 제한이 있다.
위탁수하물은 물론 기내수하물도 마찬가지인 이 제도는
미리 여유있게 kg 수를 늘려놓으면 크게 비용이 들지않지만
공항 가서 수하물을 맡길 때 오바차지가 되면
그 비용이 어마무시하다고 알고 있다.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린 나는
바로 당근마켓을 키고
우리집에는 그 흔한 체중계가 없었다.
사자고 몇 년 전부터 말은 나왔지만, 나 포함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내 등짝으로 날아와 꼿힌 것이다.
부리나케 30분동안 서치에 서치를 거듭한 결과
집에서 10분정도의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분이 전자체중계를 올려놓으신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판매자분께 거의 바닥에 기듯이 울며불며 사정했고, 판매자분은 흥쾌히 바로 거래에 응해주셨다.
차로 후다닥 달려가 바로 물품을 받았을 때의 그 기쁨이란!!
오버차지로 내는 금액에 비해 중고 체중계 “만 오천원”은 너무나 껌값처럼 느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가 캐리어 무게를 재보니
역시나 5kg 오버..
방법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일용한 양식들을 빼기 시작했다.
햇반을 몇 개 빼고, 안성탕면 5개를 빼고, 들고가려던 참치캔을 다 뺐다.
먹을거를 빼는 것이 젤 나아보였다..
몰타도 사람사는 데인데 먹을거는 있겠지란 심정이었다.
정말 아슬아슬 짜릿짜릿 가는 그 순간까지 정신이 없구나 라며
한숨돌리고 점심을 먹는데
그때까진 몰랐다.
진정한 고난의 행군이 그때부터 시작인 것을...
어떻게 해서는 2편으로 줄여보려고 했는데,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고생한게 너무 아까워 계속 편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ㅎㅎ
양해 바랍니다.
저는 이제 몰타라는 신비롭고 아무것도 모르겠는 섬나라에서
어학연수 1주차를 무사히 보내었고,
주말에 들어갑니다.
사실 와서도
고민과 행복
외로움과 즐거움
속에서 뒤죽박죽 엉망진창 갈피를 못잡고 있긴 합니다.
뭐 인생이 그런거 아닐까요.
100% 다 좋고 다 얻어가는 인생이 어디있겠습니까.
저는 어학연수 남은기간 동안 쓴맛도 많이 보고, 단맛도 많이 보고
다시 한국으로 가고자 합니다.
이 쓴맛 단맛 매운맛 떫은맛 짠맛 다들어간 저의 어학연수 일기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