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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담당자는 데일리 업무에 AI를 어떻게 쓸까

일터의 근육

by 공현주

팀원들과 밥을 먹다 인공지능(AI) 이야기가 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우리의 일터에 스며드는 AI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엔 '그래서 우리 뭐 먹고살지'로 끝나는 이야기. 그러다 한 팀원이 재미있지만 마냥 재밌게만 읽을 수만은 없는 책이라며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라는 책을 추천해 주었다. 2016년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기점으로, 바둑업계는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AI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받았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머무르기를 선택한 그 세계를 들여다보며 우리에게도 머지않은 미래를 예견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 해야 하는 고민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된다. 어쨌든 경쟁은 다른 사람과 하는 거니까.

장강명, <먼저 온 미래> 중

AI는 PR·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을까. 나는 내 데일리 업무에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돌아봤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일까 봐 살짝 두렵지만) 아직까지는 AI가 생존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보다 시간은 덜 들이면서 앎에 깊이를 더하고, 자료의 퀄리티는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번 시간으로 기획이나 전략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다른 PR 담당자들은 데일리 업무에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그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AI를 활용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봤다.




팩트 기반 미디어 자료 작성

미디어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새로운 관점이나 기획이 필요한 자료와, 기존 내용을 정리해 전달하는 자료. 후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개념을 설명하는 자료가 대표적이다. 이런 류의 핵심 포인트를 요약 정리하는 작업은 AI의 주종목이다.


물론 AI가 모르는 내용이나 틀린 내용을 마치 아는 것처럼 꾸며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PR 담당자는 이미 사실 관계를 잘 알고 있어, AI가 만들어낸 내용의 오류를 손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AI가 내용 전체를 틀리게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처음부터 초안을 직접 쓰는 것보다, AI가 만든 초안을 기반으로 팩트를 점검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현업의 확인이 필요한 미디어 문의 사항

대부분의 미디어 문의는 유관 부서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홍보팀은 '1'의 가치를 '10'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어도, '0'을 '10'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제공한 답변 초안을 바탕으로 대내외적인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메시지를 완성하는 것이 홍보팀의 역할이다.


AI를 활용하면서 현업에 확인을 요청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이 내용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확인한 내용으로는 ooo인데, 이렇게 대응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늘었다. 현업 담당자들 역시 홍보팀의 요청에 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한 사전 확인은 이처럼 함께 일하는 현업 동료들의 업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검수 작업

AI가 쓰는 글의 초안은 아직 최종본으로 바로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내가 쓴 초안을 검수하는 작업은 AI가 똑소리 나게 잘한다. 글을 검수받을 때는 좋은 프롬프트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AI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글의 맥락과 대상 독자, 그리고 분량과 글의 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기존의 맞춤법 검사기가 단순히 문법적 오류를 수정해주는 수준이었다면, AI는 글의 목적에 부합하는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예상 Q&A 준비

PR 담당자는 항상 외부의 질문에 대비해야 한다. 미팅이나 전화 통화 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 회사 전반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언론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며 답변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디어 문의는 경쟁사나 업계 기사가 나왔을 때 연관 질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업계 내 A사가 퀵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컬리의 퀵커머스 현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식이다. 그러니 업계 또는 경쟁사 기사를 AI에게 제공하고, 우리 회사와 관련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요청해보면 객관적인 관점에서 미리 질의응답을 연습해 볼 수 있다.



기사 내용 출처 및 팩트체크

기사에 나온 업계 관련 수치(ex. 통계 자료, 고객 지표 등)는 미디어 대응이나 기획자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만약 해당 수치를 활용하려면 직접 해당 사이트를 방문해 출처와 수치를 확인해야 했다. 이제는 AI에 기사 링크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출처와 팩트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사 내 수치는 재활용을 위해서는 팩트체크가 한번 더 필요하다.



IR팀과의 소통을 위한 기업 재무 공부

규모가 큰 회사에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IR팀이 있다. 하지만 언론은 기업 재무 관련 내용을 홍보팀에 문의한다. 답변은 IR팀의 도움을 받더라도, 홍보 담당자 역시 기본적인 재무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IR팀의 답변을 언론에 우호적인 메시지로 다듬어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AI는 어려운 재무 개념을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파이낸셜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재미있고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구글 제미나이의 'Gems(젬스)'는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구독자를 위한 프리미엄 기능으로, 나만의 AI 비서 역할을 한다. 역할을 지정하면 그에 맞게 대답을 맞춤 설정해준다. 젬스에 '재무를 잘 모르는 PR담당자'라는 역할을 부여했더니, 기초적인 수준에서 이해를 돕는 답변을 내놓는다. 특히 초보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비유와 예시도 많이 들어준다. 또한, 'IR 담당자와의 소통'을 학습의 목적으로 설정하면, IR 담당자와 대화 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함께 보충 설명해주는 점도 유용하다.

구글 제미나이 잼스(gems)는 맞춤 비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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