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말론과 딥티크 : 단점이 전략적 강점이 되는 순간
"조말론 향수는 왜 이렇게 향이 빨리 날아가죠?"
"비싼 값 주고 샀는데 지속력이 너무 약해요..."
조말론 향수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말론 향수의 지속력에 대한 불만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하지만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이 '약한 지속력'은 제품의 단점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같은 프리미엄 향수 시장에서 딥티크가 강렬하고 지속되는 향으로 포지셔닝했다면, 조말론은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반면 딥티크는 어떠한가. 딥티크라는 브랜드는 결코 '무난함'을 추구하지 않는다. 높은 가격대 그리고 독특한 블랙 라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가득한 패키지 디자인까지. 누군가에게는 "딥티크 향수는 너무 독특해서 부담스러워요."라는 말이 나오거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조말론과 딥티크라는 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살펴보면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조말론(Jo Malone)은 1994년 영국에서 시작된 럭셔리 향수 브랜드다. 그들의 철학은 "The Art of Layering(향의 레이어링 예술)"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의 향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향을 레이어링 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향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조말론이 향수를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 레이어링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향을 섞는 방법론이 아니라, 소비자 주도적 커스터마이징을 가능하게 하는 브랜드 체험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면 딥티크(Diptyque)는 1961년 파리에서 세 명의 예술가가 모여 시작한 부티크였다. 실내 장식가, 무대 디자이너, 화가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배경을 가진 세 사람이 만든 이 브랜드는 '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예술을 표현하고자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딥티크가 '향수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말론과 딥티크는 같은 '향수'를 만들면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조말론은 마치 패션 스타일리스트처럼 직접 향을 조합하고 실험하도록 이끈다. 처음엔 단순한 단점처럼 보였던 '약한 지속력'도 사실은 이런 경험을 위한 세심한 설계였을지 모른다. 향이 오래가지 않기에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볼 수 있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 향을 선택할 수 있다. 마치 옷장 안의 옷들을 매일 다르게 매치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조말론은 향수를 통해 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재미를 준다.
반면 딥티크는 갤러리 큐레이터처럼 각각의 향수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선보인다. 그들의 제품은 단순한 향수가 아닌, 수집하고 싶은 아트 피스가 된다. 병 하나하나에 담긴 예술적인 디자인, 그 향수가 탄생하게 된 문화적 배경과 이야기, 한정판이기에 더욱 특별해지는 가치까지. 딥티크의 향수를 고르는 일은 마치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예술 작품을 발견하는 순간과도 같다.
정리하면
조말론의 브랜드 전략은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약한 지속력은 이런 맥락에서 오히려 전략적 장점이 된다.
반면 딥티크는 '예술적 희소성'을 전략의 중심에 뒀다:
조말론의 디자인 철학은 미니멀리즘의 정석이다. 그들의 패키징은 심플한 블랙과 화이트, 크림색, 블랙 스트라이프 패턴, 블랙리본으로 대표된다.
딥티크의 디자인은 각 제품마다 다른 예술적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가득하다. 타원형 로고는 19세기 메달리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시각적 요소들은 그들의 강렬한 향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두 브랜드는 향수를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확장하는 방식에서도 그들만의 철학이 드러난다.
조말론은 '당신만의 일상적 럭셔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침실에 두는 디퓨저, 샤워할 때 사용하는 바디 케어 제품, 계절마다 새롭게 선보이는 컬렉션까지. 모든 제품은 서로 어우러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마치 옷장 안의 아이템처럼 자유롭게 매치할 수 있다. 특히 레이어링 키트는 조말론다운 발상이다. 향수를 고르는 일을 마치 나만의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하니까.
반면 딥티크는 '공간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데 주력한다. 그들에게 향은 단순한 향기가 아닌, 공간을 채우는 예술적 요소다. 캔들은 조각품이 되고, 벽지는 갤러리의 벽화가 된다. 특히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특별한 오브제들은, 마치 한정판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정리하면
조말론의 제품 라인 확장은 '개인화 가능한 일상의 럭셔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홈 프래그런스
배스 & 바디 케어
향수 레이어링 키트
시즌별 컬렉션
딥티크의 확장은 '예술적 생활공간 창조(Art of Living)'를 지향한다.
데코레이티브 오브제
아티스틱 캔들
월페이퍼 & 패브릭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라인
조말론은 '당신만의 것'이란 가치를 매 순간 보여준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향수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개인화된 경험으로 설계되어 있다. 심지어 제품의 '약한 지속력'조차 이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다. 향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건, 다시 말해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자주 온다는 뜻이니까.
반면 딥티크는 '예술적 가치'를 브랜드의 중심에 두었다.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향은 마치 인상적인 예술 작품처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들의 매장은 작은 갤러리 같아서, 향수를 고르는 일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 브랜드는 고객과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조말론이 고객과 함께 향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경험을 제공한다면, 딥티크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듯 '감상형' 경험을 제공한다.
럭셔리의 정의도 다르다. 조말론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작은 럭셔리를 지향한다. 마치 평범한 날에 입는 캐시미어 스웨터처럼. 반면 딥티크는 특별한 예술 작품을 소장하는 듯한 경험을 준다. 마치 갤러리에서 마음에 든 작품을 발견한 순간처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말론
개인화와 맞춤화를 모든 접점에서 구현
'약한 지속력'을 개인화 경험 강화의 도구로 전환
참여형 경험 디자인
접근 가능한 일상의 럭셔리
딥티크
예술성을 핵심 가치로 한 확장
강한 지속력
감상형 경험 디자인
예술적 희소가치 강조
조말론은 마치 완벽한 매너를 지닌 영국 신사와 같다. MBTI로 치면 ISTJ 타입. 체계적이고 신중하며, 모든 것이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약한 지속력은 이들의 섬세한 성격을 대변한다. 하나의 향이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비워두는 것. 그것이 조말론의 철학이다.
딥티크는 열정적인 파리의 예술가 같다. MBTI로는 ENFP 타입. 실험적이고 대담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향은 마치 전시장에 걸린 작품처럼 깊은 인상을 남긴다. 누군가는 이런 개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딥티크가 추구하는 예술성의 표현이다.
조말론의 매장은 '개인화된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는 터치포인트다. 직원들은 '판매원'이 아닌 '퍼스널 큐레이터'처럼 접근한다. 이들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조합을 제안하며,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어간다.
딥티크는 매장을 '예술적 경험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각 제품이 단순한 향수가 아닌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직원들은 '문화적 내러터'로서 각 향수에 담긴 예술적 영감과 문화적 배경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프롬프트를 만들고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직접 이미지를 뽑아냈다.
조말론: 우아한 미니멀리스트
런던의 세련된 30대 중반 전문직 여성. 그녀는 크림색 실크 블라우스와 테일러드 팬츠로 완성된 미니멀한 outfit을 즐겨 입는다. 심플한 진주 귀걸이만이 그녀의 유일한 장신구. 자연광이 가득한 공간에서 그녀는 늘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투명한 유리병에 꽂힌 흰 꽃들이 그녀의 취향을 대변하듯,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지만 분명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딥티크: 파리지앵 아티스트
파리의 감각적인 20대 후반 아티스트. 그녀는 우아하게 흐르는 블랙 의상을 입고 있는데, 그 위로 마치 펜으로 그린 듯한 섬세한 라인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바로크 시대의 장식적인 곡선과 아르누보의 식물 문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패턴이, 순백의 스튜디오 공간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녀의 작업실 벽면에는 정교한 라인으로 그려진 보타니컬 스케치들, 신비로운 문양들이 하얀 벽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녀의 모든 것은 예술이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제 조말론의 '약한 지속력'과 딥티크의 '실험적 개성'이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제품의 특성이 아니라,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이는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일반적으로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는 특성을 브랜드만의 강점으로 전환한 것이니까.
조말론은 '약한 지속력'을 통해 새로운 조합의 즐거움을, 딥티크는 '독특한 개성'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은 때로는 대중의 기대나 시장의 상식을 거스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완벽해 보이는 제품보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제품이 더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 조말론과 딥티크는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