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vs BMW : 성공의 아우라도 종류가 있다
BMW남이라는 말은 왜 없는 걸까?
"차는 벤츠, 시계는 롤렉스..." 누군가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 조합이 있다. 특히 '벤츠남'이라는 표현은 이제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연애 조언(?)에서 시작된 이 재치 있는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과 '품격'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근데 왜 하필 벤츠였을까?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도 있는데 왜 'BMW남'이라는 말은 생기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두 브랜드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미지를 구축해 왔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벤츠와 BMW라는 두 브랜드의 성격을 파헤쳐보려 한다. 그들의 MBTI 성격 유형도 분석하고, 말투와 행동,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두 브랜드를 한 명의 인간으로 상상하면서 말이다.
벤츠는 1886년, 칼 벤츠가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면서 시작된 자동차의 원조다. "The Best or Nothing(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슬로건은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137년 동안 지켜온 철학이었다.
벤츠의 야망은 늘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프리미엄 모빌리티의 상징이었다. 이는 벤츠가 S클래스를 통해 끊임없이 최고급 세단의 기준을 새로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차가 성공과 품격의 상징이 되길 원한다.
반면 BMW는 1916년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시작해 1928년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BMW라는 이름 자체가 '바이에른 모터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자인 것처럼, 그들은 처음부터 '성능'과 '엔진'에 미쳐있었다고 한다. "Sheer Driving Pleasure(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라는 슬로건은 BMW가 추구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BMW의 야망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거다. 그들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마치 조종사가 된 것처럼 짜릿한 컨트롤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이게 BMW가 후륜구동을 고집하고, M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레이싱의 DNA를 강조하는 이유다.
두 브랜드의 이런 차이는 재미있게도 그들의 본사 건물에서도 드러난다. 벤츠의 슈투트가르트 본사가 우아한 미술관 같다면, BMW의 뮌헨 본사는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건축물만 봐도 두 브랜드의 성격이 보이는 셈이다.
벤츠는 마치 성공한 멘토처럼 말한다.
"최고만이 최고를 알아본다. 당신의 성공과 품격을 보여줄 시간이야."
벤츠가 전달하는 핵심 가치는 품격, 성공, 그리고 완벽주의다. 그들은 자신들의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길 바란다. 벤츠를 선택하는 것은 곧 자신의 안목과 성취를 인정받는 상징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벤츠의 메시지는 늘 우아하고 절제되어 있다. 그들은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마치 진정한 명품이 굳이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것처럼.
반면 BMW는 열정적인 드라이빙 코치처럼 외친다.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싶어? 짜릿함을 경험하고 싶다고? 그럼 직접 운전대를 잡아!"
BMW가 전달하는 핵심 가치는 도전, 자유, 그리고 역동성이다. 그들은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차를 통해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BMW를 선택하는 것은 곧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선언과도 같을 것이다.
벤츠의 디자인을 보면 그들의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아하게 흐르는 듯한 곡선과 절제된 디테일은 마치 맞춤 양복을 입은 신사를 연상시킨다. 특히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엠블럼은 땅과 바다, 하늘을 아우르는 모빌리티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냥 쉽게 말해서 "우린 어디서든 최고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벤츠의 디자인 언어는 'Sensual Purity(관능적 순수함)'라고 불린다. 뭔가 어려워 보이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보면 딱 이해가 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반면 BMW의 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렬한 윤곽과 역동적인 디테일은 마치 운동선수의 근육질 몸매를 연상시킨다. 특히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최근 들어 점점 더 커지고 과감해지고 있다.
BMW는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을 'Dynamic Elegance(역동적인 우아함)'이라고 부른다. 딱 봐도 벤츠의 'Sensual Purity'와는 다른 방향성이다. 심지어 정차해 있을 때도 마치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BMW 디자인의 특징이다.
이런 디자인 차이는 실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벤츠의 실내는 마치 럭셔리 라운지 같다. 우아한 조명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가득한. 반면 BMW의 실내는 마치 전투기 조종석 같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약간 기울어진 중앙 화면이나 조작부는 확실히 '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 그리고 재미있는 건 최근의 전기차 디자인이다. 벤츠는 EQ 라인을 통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반면, BMW는 i 시리즈를 통해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벤츠는 "미래의 럭셔리는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고, BMW는 "미래엔 이런 파격도 가능해"라고 외치는 것 같다.
벤츠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떤 성격일까? MBTI로 따지자면 아마도 INTJ에 가까울 것 같다. 완벽주의적이고 체계적이며,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는 성격. 벤츠는 오랜 경력의 성공한 CEO 같다.
이런 벤츠의 성격은 그들이 하는 행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벤츠는 에너지 드링크 회사가 F1에 뛰어들어 우승하는 동안(레드불 레이싱),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결국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으로 8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차지하고 만다. 마치 "실력은 결국 증명된다"라는 걸 보여주듯이.
그들의 광고를 보면 이런 성격이 더 잘 드러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광고들. 벤츠는 자신들의 가치를 전달할 때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The Best or Nothing"이라는 말도, 굳이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반면 BMW는 어떨까? MBTI로 보면 ESTP 같다. 대담하고 활동적이며, 도전을 즐기는 성격. BMW는 마치 성공한 젊은 스타트업 CEO 같이 느껴진다.
BMW의 이런 성격은 그들이 시도하는 도전적인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BMW는 과감하게 전기차 i3를 출시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BMW야?"라고 물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래, 이게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야"라고 당당히 말할 뿐.
BMW의 광고에서도 이런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들은 종종 유머러스하고 도발적인 메시지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정리하자면
벤츠는 한국 회사로 치면 삼성전자 같다. 확실한 실력과 품격을 가진, 업계의 표준을 만드는 그런 느낌.
BMW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기업의 느낌이다. 전통적인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캐릭터.
벤츠는 '신뢰받는 멘토'처럼 고객들과 소통한다. 그들은 과하게 친근한 척하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고 우아한 톤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전달한다. 벤츠의 매장도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마치 고급 갤러리처럼 꾸며진 그들의 전시장은, 차를 사는 게 아니라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마이바흐 전용 라운지에 가보면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진다.
반면 BMW는 '열정적인 드라이빙 코치'같은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한다.
BMW의 소통 방식은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들은 고객에게 "직접 경험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M 시리즈의 성능을 트랙에서 직접 체험하게 하고, 차의 한계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차이는 두 브랜드의 이벤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벤츠가 클래식 음악회나 골프 대회를 후원하며 품격 있는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면, BMW는 모터스포츠나 e스포츠 대회를 후원하며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정리하자면 벤츠는 고객을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여기며 신뢰와 품격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BMW는 고객을 '새로운 도전을 함께할 친구'로 여기며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제 이쯤 되면 왜 '벤츠남'이라는 말만 생겼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벤츠가 가진 이런 신중하고 품격 있는 소통 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한 사람의 이미지'와 더 잘 맞아떨어졌던 게 아닐까?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프롬프트를 만들고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직접 이미지를 뽑아냈다.
벤츠는 50대 후반의 품격 있는 기업인이다. 완벽하게 재단된 진회색 수트를 입고 있으며, 샤프한 안경을 쓰고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따뜻하며, 미소는 자신감 있되 겸손하다. 한 손에는 만년필을, 다른 손에는 가죽 다이어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늘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그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그의 주변에는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고급스러운 라운지가 보인다.
차분한 자세로 앉아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느껴진다. 포켓치프와 커프스 버튼 같은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이는 벤츠가 추구하는 '완벽함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상징한다.
BMW는 30대 후반의 역동적인 사업가다. 검은색 터틀넥에 네이비 블레이저를 매치했고, 손목에는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차고 있다. 그의 표정은 도전적이면서도 여유가 느껴지며,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를 띠고 있다.
주말마다 서킷을 찾는 그의 손에는 스포츠카의 키가 들려있다. 완벽하게 세팅된 헤어스타일과 자연스러운 선글라스,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에서는 스포티한 감각이 느껴진다.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이끄는 그의 자세에서는,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레이싱 슈트로 갈아입고 트랙에 뛰어들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때로는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즐기며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결국 '벤츠남'이라는 말이 생기고 'BMW남'이라는 말이 생기지 않은 건, 두 브랜드가 그동안 걸어온 길의 차이였던 셈이다.
벤츠는 품격 있는 성공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당신의 성공을 증명할 준비가 되었다면, 우리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반면 BMW는 그런 단순한 정의를 거부하는 브랜드였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성공의 증명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도구였으니까. "굳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BMW남'이라는 말이 없다는 건, BMW가 '성공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로 정의되기를 거부해 온 브랜드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BMW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