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vs 몬스터 에너지 : 후발주자의 대 역전극
슬프게도 나는 '카페인을 마시면 큰일 나는 체질'의 소유자다. 에너지 드링크는커녕 커피도, 녹차도 마시지 못한다. 그런데 왜 에너지 드링크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할까? 그것은 바로 호기심 때문이다. 내가 절대 경험하지 못할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나를 이 주제로 이끌었다.
다행히 '카페인을 마시면 큰일 나는 체질'이 되기 전, 약 10년 전에는 레드불을 마셔본 희미한 기억이 있다. 당시 커피가 즐기기 위해 마시는 음료였다면, 레드불이나 핫식스는 '살기 위해' 마시는 용도였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체질이 바뀌었고, 몬스터 에너지는 경험해보지 못한 채 나의 '카페인 의존 가능 기간'은 막을 내렸다.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친한 지인들에게 "레드불 vs 몬스터, 당신의 선택은?"이라고 물어봤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이 몬스터 에너지를 선택했다. 나는 의아했다.
후발주자인 '몬스터 에너지'가
어떻게 이렇게 높은 선호도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내 기준에선 레드불의 패키지 디자인이 더 예뻤는데, 왜 그들은 몬스터를 선호하는 걸까? 지인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들었다. "몬스터가 패키지가 더 에너제틱하다", "맛의 선택지가 다양하다", "마케팅이 더 인상적이고 젊은 느낌이다", "힙하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러한 답변들은 내게 의문을 품게 했다. 우리가 에너지 드링크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데에는 단순한 카페인 효과 이상의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무언가'는 우리의 심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특히 레드불과 몬스터 에너지, 이 두 음료 브랜드는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에너지 드링크, 특히 레드불과 몬스터 에너지를 중심으로 그 뒤에 숨겨진 심리적 측면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에너지 드링크가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 이 흥미로운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두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전 글에서도 활용해 온 브랜드 페르소나 분석 도구인 ‘AMONG 모델’을 사용할 것이다. 이 모델에 대한 자세한 글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레드불은 1987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선구자다. 디트리히 마테시츠라는 기업가가 태국의 에너지 드링크에서 영감을 받아 서구 시장에 맞게 재탄생시킨 것이 레드불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Red bull, gives you wings.)"라는 슬로건은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이자 철학을 담고 있다.
레드불의 야망은 단순히 에너지 드링크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들은 인간의 잠재력을 깨우고,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레드불이 극한의 스포츠나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성취와 도전의 상징이 되기를 원한다.
반면, 몬스터 에너지는 2002년 미국에서 탄생한 후발주자다. 하지만 대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그들은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몬스터 에너지의 야망은 기존의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것. 그들은 레드불이 점령한 '엘리트 스포츠' 영역 대신, 익스트림 스포츠와 반항적 이미지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았다.
몬스터 에너지의 비전은 "Unleash The Beast! (짐승을 풀어놓아라!)"라는 슬로건에 잘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의 내면에 숨겨진 야성과 반항심을 깨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들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에너지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레드불은 마치 열정적인 동기부여 강사처럼 말한다.
"네 안에 잠든 잠재력을 깨워! 한계는 네 마음이 만든 거야. 레드불과 함께라면 날아오를 수 있어!"
레드불이 전달하는 핵심 가치는 도전, 성취, 그리고 혁신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한 카페인 섭취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를 원한다. 레드불을 소비하는 행위는 곧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상징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반면 몬스터 에너지는 반항적인 록스타처럼 외친다.
"몬스터로 네 안의 야수를 깨워! 규칙은 깨라고 있는 거야. 함께 세상을 뒤집어 볼까?!"
이러한 메시지는 기존의 질서와 규범에 불만을 가진 젊은 세대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다.
몬스터 에너지가 전달하는 핵심 가치는 반항, 자유, 그리고 익스트림 에너지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몬스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곧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규칙으로 살아가겠다는 선언과 같은 것이다.
레드불의 디자인을 보면 그들의 브랜드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슬림한 캔과 빨간색, 파란색, 은색의 조합은 세련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두 마리의 붉은 황소가 마주 보는 로고는 도전과 경쟁을 상징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레드불이 추구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반면 몬스터 에너지의 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검은색 캔과 형광 녹색의 'M' 찢긴 로고는 강렬하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준다. 이는 브랜드의 과감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잘 표현한다. 'M'자가 마치 야수의 발톱 자국처럼 디자인된 것은 그들의 "Unleash The Beast"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필요에 맞는 추가 제품 라인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ex. sugar free 등) 이 파트에서는 오리지널만 다루도록 하겠다.
레드불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떤 성격일까? MBTI로 따지자면 아마도 ENTP에 가까울 것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성격 말이다. 레드불은 마치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도전하는 혁신가 같다. "기존의 한계는 깨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라고 외치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그런 존재랄까.
이런 레드불의 성격은 그들이 후원하는 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에너지 드링크 회사라기보다는 극한의 도전을 즐기는 모험가 집단 같은 (본업보다 부업에 미친 회사라는 수식어까지 붙는) 그들은 F1 레이싱, 익스트림 스포츠, 심지어 우주 점프까지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고 도전한다. 이 모든 활동들이 한계에 과감히 도전하는 레드불의 모험가적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단순히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극한으로'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한계를 깰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레드불의 광고를 보면 이런 성격이 더 잘 드러난다. 독특하고 위트 있는 광고들은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몬스터 에너지는 어떨까? MBTI로 따지면 아마도 ESTP에 가까울 것 같다. 대담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즉흥적인 성격이 연상된다. 몬스터 에너지는 마치 규칙을 무시하고 극단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반항아 같다. "지루한 게 제일 큰 적이야. 왜 항상 안전만 찾아? 진짜 삶은 위험을 감수할 때 시작돼."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자극하는 그런 존재랄까.
이런 몬스터 에너지의 성격은 그들이 후원하는 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 모터크로스, BMX, 스케이트보딩 같은 극단적이고 위험한 스포츠들, 그리고 헤비메탈 음악 같은 반항적 문화 요소들. 이 모든 활동들이 몬스터 에너지의 대담하고 즉흥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몬스터 에너지의 마케팅을 보면 이런 성격이 더 잘 드러난다. 그들은 자유롭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모험심과 일탈 욕구를 자극한다. 이런 전략들은 마치 몬스터 에너지가 우리에게 "규칙은 깨라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들은 우리의 내면에 숨어있는 반항아를 깨우고 극한의 경험을 해보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레드불은 '영감을 주는 멘토'처럼 고객들과 소통한다. 그들은 스포츠,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벤트를 후원하며 고객들에게 영감을 준다. 레드불의 SNS 전략을 보면, 그들은 주로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성공한 운동선수들의 스토리, 극한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험가들의 이야기 등을 공유하며 팔로워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레드불의 이벤트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브랜드 경험의 장이 된다. '레드불 플러그태그'나 '레드불 솝박스 레이스' 같은 이벤트는 참가자들이 직접 레드불의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레드불과 더 깊은 감정적 연결을 형성하게 된다.
반면 몬스터 에너지는 '반항의 아이콘'으로서 고객들과 소통한다. 그들은 극단적인 스포츠와 하드록 음악을 후원하며 반항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몬스터 에너지의 SNS는 거칠고 과감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그들은 스릴 넘치는 스턴트 영상, 강렬한 락 공연 클립, 타투 아티스트들의 작품 등을 공유하며 팔로워들과 소통한다.
몬스터 에너지의 이벤트는 주로 젊은 세대의 역동적이고 반항적인 문화를 겨냥한다. 'Monster Energy Supercross'나 'Monster Energy Outbreak Tour' 같은 이벤트는 각각 모터스포츠와 하드록 음악 씬을 대표하는 행사다. 이를 통해 몬스터 에너지는 주류에 반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리하자면
레드불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자신의 성장과 성취를 돕는 조력자로 여기도록 독려하는 반면,
몬스터 에너지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자신의 반항심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기도록 독려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두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룹 이미지를 클릭하면 개별로 크게 볼 수 있음) 프롬프트를 만들고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직접 이미지를 뽑아냈다.
레드불: 한계를 넘는 모험가
레드불은 30대 후반의 한계를 넘는 모험가입니다. 날씬하고 탄탄한 체격에 은색 점프슈트를 입고 있으며, 빨간색 헬멧을 들고 있습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결연하며, 입가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언제나 다음 도전을 준비하는 듯한 자세로, 한 발을 앞으로 내딛고 서 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활기찬 에너지가 감돕니다. 배경에는 높은 산봉우리와 푸른 하늘이 보이며, 이는 레드불이 추구하는 '한계 극복'과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을 상징합니다.
몬스터 에너지: 반항적인 록스타
몬스터 에너지는 20대 중반의 반항적인 록스타 같습니다. 찢어진 검은색 가죽 재킷에 형광 녹색 티셔츠를 입고 있으며, 여러 개의 피어싱과 타투가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그의 머리는 블랙의 장발, 때로는 형광 녹색으로 염색한 모히칸 스타일입니다. 손에는 날카로운 모양의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도전적이고 강렬하며, 주변에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감돕니다. 그의 주변에는 네온사인과 그래피티로 가득한 도시의 밤거리가 보입니다. 그가 들고 있는 기타의 바디에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 모양의 긁힌 흔적이 있어, 그의 와일드한 퍼포먼스를 짐작케 합니다.
<라이더 버전>
몬스터 에너지는 20대 중반의 대담한 모토크로스 라이더 같습니다. 검은색 바탕에 형광 녹색 줄무늬가 그려진 레이싱 슈트를 입고 있으며, 그의 헬멧에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 모양의 스크래치가 여러 개 나 있습니다. 근육질의 체격과 자신감 넘치는 자세가 그의 대담함을 강조합니다. 한 손에는 모토크로스 헬멧을 들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은 도전적이고 강렬하며, 주변에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감돕니다.
레드불과 몬스터 에너지는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레드불이 "날개를 달아준다"며 우리의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면, 몬스터 에너지는 "야수를 깨워라"라며 우리 안의 반항아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단순히 에너지 boost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는 브랜드 경험을 창출해 낸 셈이다.
나는 이제 편의점 음료 코너를 지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에너지 드링크, 그 안에는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 기준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