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수상과 함께 알아보는 ‘브랜드 헤리티지’ 실무 전략
어린 시절, 우리 집 한편에 자리 잡은 큰 책장은 나에겐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다. 빼곡히 꽂힌 책들 사이에서 엄마가 사준 위인전 전집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눈에 띄었지만, 그 위인전들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책 읽기 자체를 싫어한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취향은 조금 달랐달까. 그 커다란 책장 속에서도 나는 유독 표지가 화려하거나 삽화가 많은 책들만 쏙쏙 골라 읽곤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이미 시각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런 어린 시절의 취향이 지금 내가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가끔씩 위인전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 어머니와의 '거래' 때문이었다. "위인전 읽으면 OO 줄게" 같은 식의. 그렇게 마지못해 펼쳤던 수많은 위인전 중에서 몇몇 인물들은 의외로 내 기억 속에 남았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베토벤... 등등 그중 한 명이 바로 알프레드 노벨이었다. 각자의 이유로 내 마음에 남은 이 위인들 중에서도 노벨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했다.
그의 이야기는 어린 나에게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노벨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과학자로서의 업적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발명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그 책임을 지려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노벨이 자신의 전재산을 인류를 위한 상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는 어린 나에게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느낌이었다. 더불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부와 명예를 쌓은 후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노벨이라는 인물은 나에게 단순한 과학자를 넘어 '인류'에 진심으로 헌신하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인물로 각인되었다.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브랜딩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대한민국이 기쁨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지금, 나는 다시 노벨상의 철학과 브랜드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권위는 어떻게 유지된 것인지. 그 비결은 무엇인지.
노벨상은 단지 ‘명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켜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바로 '브랜드 헤리티지'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권위를 유지하며 '명예의 정점'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하면서도,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벨상은 새로운 분야를 포함시키거나, 선정 과정을 개선하는 등 발전을 도모해 왔다. 하지만 '인류를 위한 기여'라는 핵심 가치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이 가치를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노벨상을 명예와 연결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벨상은 시대의 변화에도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공정하고 신뢰성 있는 절차를 지켜왔다. 이런 '일관성'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이다. 많은 상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지만, 노벨상은 본질을 지키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01년도부터 시작된 노벨상은 100년 넘도록 철학과 가치, 그리고 '브랜드 헤리티지'를 꾸준히 지켜왔다. 이 점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브랜드 헤리티지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현재와 미래에 걸쳐 브랜드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핵심 원동력일 것이다.
브랜드 헤리티지: 브랜드가 쌓아온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축된 가치와 철학
처음 설정한 핵심 가치를 분명히 하고,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단기적인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본질적인 철학을 중심으로 모든 전략을 펼쳐야 한다.
고객과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또는 서비스의 품질 유지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변화하는 환경과 시장 트렌드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되,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혁신과 변화 속에서도 철학이 변하지 않으면, 고객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다.
노벨상처럼 오랜 시간 변함없는 가치를 지켜온 국내 브랜드들도 있다. 1974년 출시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50년간 변함없는 맛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유의 단지모양 패키지 디자인은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으며,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마케팅으로 MZ세대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897년 출시된 대한민국 최장수 브랜드 활명수 역시 주목할 만하다. 부채 모양의 특유의 로고 디자인은 1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브랜드의 상징이자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적 전통을 담은 디자인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건강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진화해왔다.
1974년 출시 이후 50년간 변함없는 맛과 디자인 유지
레트로 감성을 활용한 현대적 재해석
단지 모양 패키지 디자인의 유지
다양한 맛의 베리에이션으로 MZ세대 공략
브랜드 정체성 강화 전략
'국민 음료'로서의 포지셔닝 유지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과 새로운 소비자층 확보의 균형
1897년 출시된 대한민국 최장수 브랜드
부채꼴 로고, 패키지 디자인의 전략적 유지
식별성 높은 고유 패키지 디자인
다양한 타겟에 맞춘 세컨라인 출시 (오리지널은 그대로 유지)
브랜드 신뢰도 강화
125년 이상의 역사가 만든 신뢰성
이들 브랜드의 성공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본질적 가치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어떻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까?
노벨상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창립자 알프레드 노벨의 독특한 스토리 때문이다. 브랜드의 이야기는 단지 창립 배경이나 사명을 넘어서, 고객이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고객과의 감정적인 연결을 위해 브랜드만의 창립 이야기나 미션, 철학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SNS, 뉴스레터, 블로그 등)을 활용해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라.
브랜드의 모든 터치포인트(웹사이트, 매장, 제품 패키징, 고객 서비스 등)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고객 접점에서 동일한 브랜드 메시지와 비주얼을 유지하기 위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모든 팀에 교육한다거나 고객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해 서비스의 일관성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노벨상은 단지 수상자와만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명성을 지켜왔다. 즉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TIP: 충성 고객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SNS나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노벨상은 그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필요한 변화를 수용해 왔다. 이처럼 전통과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시대적 요구와 트렌드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고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TIP: 브랜드의 전통적인 요소(로고, 슬로건, 디자인 등)를 유지하되, 시대적 요구에 맞게 소통 방식이나 비주얼을 조정하여 새롭게 해석한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해,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캠페인을 실행한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고 생성형 AI툴인 미드저니로 '초상화'를 그리며 마무리하는 작업을 해왔다. 노벨상의 사례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구체화된 브랜드 페르소나를 시각화하여 인물로 표현한 이미지를 보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벨이 아닌 '노벨상'이라는 브랜드가
사람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혜와 품격이 넘치는 70대 후반의 노신사. 그의 긴 흰 수염과 깊은 주름은 오랜 세월 쌓아온 지혜를 말해주고, 날카롭지만 따뜻한 눈빛은 그의 통찰력과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고급스러운 다크 네이비 수트와 금색 단추가 달린 베스트는 그의 품위를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붉은색 보타이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로운 만남을 상징합니다. 한 손에 든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은 지혜를 나타냅니다. 그의 표정은 진지함 속에 깃든 미소로, 학문의 엄중함과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황금빛 조명 아래 있는 듯한 이미지는 인류에 공헌한 지식과 업적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노벨상은 단순한 상을 넘어, 인류의 진보를 향한 끊임없는 여정을 상징하는 것 같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우리 문학이 세계와 깊이 공명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아름답게 담아냈다는 증거로 다가온다. 이제 우리는 더 넓은 무대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노벨문학상이 우리에게 선사한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