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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음식 인문학] 삼겹살 김밥 탄생의 뜻밖 비화



한국일보 오피니언 섹션에
<이주현의 맛있는 음식 인문학>이란 타이틀로
매달 칼럼을 연재합니다.

음식 속에 담긴 인문학적 이야기를
맛있는 요리와 함께 가볍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한국인에 제일 좋아하는 돼지고기는 단연코 삼겹살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은 9%에 불과한데, 한국인의 돼지고기 소비량 중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5%이다. 그러니 돼지고기 부위 중 삼겹살이 제일 비싼 국가도 당연히 대한민국이다. 국내의 삼겹살로도 모자라 세계에서 삼겹살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도 한국이다. 이정도면 삼겹살의 종착지로 불려도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삼겹살을 먹었을까. 삼겹살의 발원지는 개성으로 거슬러간다. 돼지고기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던 비계를 가장 맛있는 부위로 탈바꿈시킨 사람들은 장사 수완이 좋기로 유명했던 개성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돼지에게 섬유질이 풍부한 조를 사료로 주었다가 다시 양분이 많은 농후사료로 바꿔서 먹였다. 그 결과 살 사이에 비계가 겹겹이 자리 잡은 삼겹살이 탄생했다. 고기와 지방이 골고루 섞여 고소한 감칠맛에 눈을 뜬 사람들은 그 후로 삼겹살만 찾기 시작했다. 그 후 삼겹살의 인기가 치솟으며 비싼 가격에 팔렸다. 개성 사람들은 삼겹살은 인삼과 함께 먹기도 했는데 그 맛을 ‘삼삼하다’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삼겹살의 유래는 탄광촌에서 비롯되었다. 해방 이후에 탄광촌에서 일했던 광부들이 돼지고기가 목에 낀 먼지를 배출하는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던 광부들은 그 당시 인기가 적어 가격이 싼 돼지 뱃살을 구워 먹었고, 여기서 삼겹살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도 미세먼지에 목이 칼칼하면 삼겹살부터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아주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조선요리제법>의 기록에 따르면 돼지고기 중에서 배에 있는 고기 세겹살이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삼겹살을 양념에 절였다가 삶은 ‘사시납육’이라는 전통음식이 등장한다. 이를 보면 조선시대에도 삼겹살을 먹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지금과 다른 한 가지 차이점을 꼽자면 삼겹살의 조리 방식이다. 우리가 보통 ‘삼겹살 먹자’라고 말하면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 먹자는 뜻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는 삼겹살을 주로 삶아 먹었다. 돼지고기는 잡내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냄새를 없애기 위해 생강, 파, 마늘 등을 넣어 함께 끓이거나 양념에 고기를 재워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양념하지 않은 삼겹살 구이의 등장은 양돈방식의 개선과 관련이 있다. 1960년대 아일랜드 사람인 맥그린치 신부에 의해 제주도에서는 가축을 빌려주는 가축은행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먹다 남은 음식을 사료로 주는 이전의 방식에서 배합사료를 제조하여 잡냄새가 나지 않은 돼지고기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 때부터 제주도에서는 양념하지 않은 돼지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했고, 제주도가 돼지고기로 유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철을 맞은 봄나물과 삼겹살구이를 유쾌하게 조합한 ‘삼겹살 봄나물 깁밥’은 이 계절에 즐기기 좋은 요리이다. 단촛물을 넣은 밥, 길게 구운 삼겹살, 봄나물을 준비한다. 미나리를 넣을 경우 쌈장, 된장, 참기름을 섞은 양념을 펴 발라 말아준다. 미나리 대신에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을 넉넉하게 넣고 무친 달래 겉절이를 듬뿍 넣어줘도 잘 어울린다. 하나하나 따로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이지만 김 안에 옹기종기 모여 맛의 화음을 내는 순간, 한국인이라면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맛이 폭발한다.   





한국일보 사이트에서 칼럼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3.2 발행)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2910570000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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