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면서
내 몸이 달라지는 정도의 영향은 예상했다.
(아 물론 이 정도로 달라질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그러나 내 생각보다 아이라는 존재가 미치는 영향은 훨씬 컸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들이 바뀐다.
짝꿍은 집을 넓혀야 하나, 일과 가족들에 어느 정도 밸런스를 부여해야 하나 더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본가 엄마의 말이었다.
증조할머니가 살았던 아주 오래된 주택에서 우리 가족이 살아왔고, 최근엔 엄마 혼자 살고 있었다.
이제 너무 오래되어 위험하니 빨리 이사 나오라는 자식들 말에는 이것저것 핑계로 1년 2년을 미뤄왔다.
오래 산 집에서 이사 나오는 일이 정말 성가신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집을 얻는 시간과 돈도 장난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밍고가 생기고 엄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내가 본가에 데려간다면 따뜻하고 편하게 뉘일 수 있는 집다운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다.
한번 마음을 먹으니 주택을 부동산에 내놓고, 나왔다 하는 아파트 매물은 다 보러 다니고, 이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든 과정이었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도) 엄마는 이사를 강행했다. 손님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가격이 적당하면서 채광이 좋은, 말 그대로 사람 살만한 아파트로 이사를 마치며 엄마가 한 말은 "이제 밍고 데려와도 편하게 있다 가겠다"였다.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태어나기도 전에 외할머니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줬다. 그리고 삶을 바꿔주었다.
벌써 고마워 밍고!
13주 차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쓰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