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수집가의 시선
Gustave Caillebotte, Paris Street, 1877
아마 이 작품은 한 번쯤 다 보았을 것이다. 다만 작가 이름이 생소할거다. 프랑스 작가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 "파리 거리; 비오는 날"이다. 그는 이 그림을 1877년 4월에 개최된 세 번째 인상파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는 작가로서만 활동하지는 않았던 인물이다. 이미 상당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그림 판매 및 투자, 수집 등을 통해 더욱 부를 축적해왔고, 덕분에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술 수집가로서 더 유명했다.
그는 이 작품과 함께 자신의 작품 6점을 전시하면서 전시회의 자금 조달, 조직, 홍보, 설치 등을 주도적으로 담당했고, 동료 작가들의 작품까지 전시에 참여시켜 전시회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높였다. 그만큼 미술 애호가였던 그는 인상파 그룹에서 활동적이고 중요한 멤버였다.
그만의 수집가로서의 시선으로 완성된 예술 작품을 살펴보자. "파리 거리; 비오는 날"은 심오한 시각적 구도로로 19세기 파리의 변화무쌍한 도시 생활을 상상케 하는 표현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비가 오는 날, 보행자들이 도시의 현대화를 상징하는 광활한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구도가 꼼꼼하게 계획되어, 시선을 전경에서 배경으로 유도한다. 거리는 끝없이 뻗어나가며, 깊이와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에 19세기 초 사진기의 도입으로 예술가들의 구도가 많이 변화했는데, 그의 작품에서도 마치 사진의 구도로 처럼 엄청난 원근법이 돋보인다. 거리 양쪽에 솟아있는 높은 건물은 인물들을 감싸 도시의 거창함 속에서 그들의 작은 존재감과 그 중요성까지 강조한다.
인물들은 자신만의 생각이나 활동에 몰두한 듯한 표정으로 묘사했다. 약간 흐릿하게 표현되어, 한 순간 지나가는 영혼처럼 보인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인물들을 조금 무관심하게 묘사한 이유는 번화한 도시에서 느껴지는 소외와 익명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그의 색상 사용에는 깊이와 차원이 느껴진다. 흙색의 차분한 톤이 주를 이루며, 건물의 빨간색과 파란색이 조화롭게 녹아들어간다. 비에 젖은 돌엔 흐릿한 빛이 반사되고 건물 외벽엔 그 빛이 다시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색의 표햔, 흐릿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시각적인 흥미를 더해준다.
그가 바라본 파리의 변화하는 모습, 도시 거리의 풍경은 생각보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독특한 대각선 구도와 형태의 단순화, 모호함은 분명 인상주의의 시기 속 우리가 놓쳐서는 안되는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