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기억 권력의 이동 - 마이크로 메모리얼
스마트폰 갤러리에 몇 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수천 장, 어쩌면 수만 장일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카카오톡 대화 기록, 인스타그램 게시물, 유튜브 시청 기록, 각종 메모 앱의 노트들까지 더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어느새 자신만의 거대한 아카이브를 갖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아카이브를 우리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호딩(Digital Hoard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파일을 과도하게 축적하고, 삭제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와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물리적 호딩과 달리 디지털 호딩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저장소는 무한히 확장 가능한 것처럼 보이고, 파일 하나가 차지하는 공간은 미미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중에 필요할지 몰라'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저장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호딩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정보 과부하로 인한 스트레스, 가치 있는 정보를 놓칠까 봐 두려운 FoMO(Fear of Missing Out),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감정적 애착, 그리고 무엇을 저장하고 삭제할지 반복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는 의사결정 피로까지.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호딩이 우울 수준의 19%를 설명한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디지털 공간이 정신 건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열린 유혹'으로 작용합니다. 개인들이 파일을 축적하게 하면서도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검토하도록 거의 요구하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삶을 기록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일상의 모든 측면에 대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실천입니다. 매일 셀카를 찍거나, 심장 박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일상의 세부사항을 그래프와 통계로 분해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기 정량화(Quantified Self, 정량적 자아로도 번역)'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2007년 Wired 편집자들이 만든 이 개념은 "숫자를 통한 자기 인식"을 의미합니다. 피트니스 트래커, 수면 모니터, 심박수 센서 등의 기기가 확산되면서, 개인이 일일 활동, 기분, 증상, 치료를 상세히 추적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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