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살롱 프롤로그
10월 말부터 11월 둘째주까지, “제비의 일상여행”으로 연희동 곳곳의 공간들과 삶을 만나고, 소개해 온 <제비의 여행>과 대안과 가치의 키워드로 세상을 여행하고 맵핑해온 이매진피스가 함께 제비 살롱을 열었다. 제비의 일상여행을 진행하며 관계 맺어온 연희동 사람들, 마을 한 켠에서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간을 운영하며 제비의 일상을 만들어주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깊이 귀길울이는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비의 일상여행“의 시작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을 제로웨이스트로 살 수 있고 비건으로 먹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 그런 실천을 환대해주는 사장님들이 있다는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공간과 사람들을 여행을 통해 소개하고 새로이 연결하고자 노력했다. 그 여행길에서 여행자들과 만나는 순간들을 통해 사장님들의 새로운 이야기 조각들을 조금씩 발견했다. 여행코스의 일부로 잠깐 들리는 정도로는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웠다. 사장님들의 삶이야기와 공간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좀 더 깊이 충분히 듣고 기록하고 싶어 제비살롱을 기획했다. 마을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한걸음을 놓아가고자 하는 제비들을 초대해 이야기 꽃을 피워냈다. 총 5회차로 진행된 제비살롱은 제비의 일상여행에서 만나 관계 맺게 된, 또 제비의 여행을 고민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이야기손님으로 초대했다.
제비살롱의 첫 번째 이야기 손님은 엄마식탁의 정희전 사장님이다. 엄마식탁은 연희동에 있는 한그릇 가정식 식당으로 비건옵션이 있어 비건과 논비건이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곳이다. 맛있게 먹고 감사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하고 계시는 정희전사장님과는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다. 쉬실 때 제비의 일상여행 중 들려도 괜찮을지 양해를 구하니 ‘제비의 일상여행에서 음식을 맡아드리면 되는 거죠?’라고 하시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여행을 갈 때마다 비건 메뉴판을 따로 꺼내주시고, 주방에서 요리하시다가 틈이 나면 나와 인사를 건네고 비건음식을 개발하신 이야기를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더 깊이 듣고 싶어 제비살롱을 제안드렸다. 문닫으시는 일요일 저녁, 여유로운 시간에 요리해주시는 밥 대신 찻잔을 마주 두고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두 번째 이야기 손님은 경복쌀상회의 김형진 사장님이다. 3대째 운영되고 있는 연희동의 노포 경복쌀상회는 어느날 아름다운 제로웨이스트 쌀집이 되었다. 연희동에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해나가는 보틀팩토리의 컨설팅으로 오래된 시트지와 간판을 떼어내 리모델링 하고, 가게 운영 시스템을 바꾸었다. 제비들이 맘 편히 쌀을 살 수 있는 소중한 가게일 뿐 아니라 동네 분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역할까지 하고 계신다. 제비의 일상여행에서 꼭 소개하는 곳인데 들릴 때마다 항상 환대해주셨다. 쌀자루처럼 가득한 사장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시니 발길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보틀팩토리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공간으로 바꾼 과정, 오랜시간 쌓여온 동네와 쌀집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어보고자 함께 제비살롱을 열었다.
세 번째 제비살롱은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을 주제로, 연희동에서 “제비의 여행”을 안내하는 시원, 전주에서 제로웨이스트 숙소 “모악산의 아침”을 운영하는 모아,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의 길을 찾는 “이매진피스”의 공동대표 강물, 세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모았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을 질문하는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무해한 삶과 여행에 대해 고민하는 제비들을 초대해 서로의 고민과 여정을 나누고 우리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지구를 생각하는 여행의 길을 찾아보고자 했다.
네 번째 이야기 손님은 비건앤비욘드의 퀸이다. 비건앤 비욘드는 연희동에 있는 비건 카페&식료품점&커뮤니티 공간이다. 비건과 제로웨이스트를 알리고자 하시는 신념으로 운영하고 계시고, 다양한 비건 식료품들을 소개할 수 있어 꼭 들리는 제비의 일상여행의 주요코스이다.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공간과 활동을 소개해주셨다.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지향하시는 사장님은 제비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개최하신다. 이번에는 항상 반가이 맞이해주시는 사장님과 함께 앉아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제비살롱을 제안드렸다.
마지막 이야기손님은 보틀팩토리의 정다운 대표님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연희동 가게들 곳곳에 아름다운 포스터가 붙는다. 동네 상점과 커뮤니티에서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공유하는 페스티벌, “유어보틀위크”의 포스터이다. 보틀팩토리와 유어보틀위크는 “제비의 일상여행@연희“를 기획할 수 있도록 연희동에서 제로웨이스트 기반을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그래서 함께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하는 공간들을 여행하고 제비살롱을 통해 유어보틀위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3주간 유어보틀위크에 동참하는 연희동의 공간들, 골목의 가게들마다 붙어있는 유어보틀위크 포스터를 따라 걷는 제비의 여행을 기획했다. 그리고 유어보틀위크 준비로 바쁘심을 알지만, 제비살롱에서 보틀팩토리가 해오신 일을 나누고 기록하고싶어 다운님께 제안을 드렸다. 시간과 마음을 내어 수락해주신 덕에 제비살롱이 열렸다. 제비의 일상여행 끝에, 보틀팩토리의 정다운대표님과 함께하는 제비살롱으로 제로웨이스트로 바뀌는 동네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멀리 떠날 수 없어지고 여행이 멈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를 발견하며 더 많이 연결되는 것. 동네의 일상과 사람을 여행하는 일이 아닐까. 이웃들의 삶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제비살롱을 열었다. 그 여정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제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결국 함께 사는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이었다. 제비들이 함께 모여 나눈 이야기들을 모두 살리진 못했으나, 함께 나눈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정리된 이야기로 담아냈다. 제비들의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잠시 따스한 사람여행을 떠나 연희동에 스며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