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도 이곳에 온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 이틀 뒤면 나도 한국에 갈 수 있다. 콜롬비아에서 받은 PCR 검사 확인서는 이미 48시간 유효기간이 훌쩍 지났고, 나는 멕시코 시티 공항에서 한국돈 12만 원을 내고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에로멕시코는 오버부킹으로 내가 PCR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데도 이것에 대한 보상은 규정에 없다고 둘러댔다.) 이틀만 더 코로나 조심하면서 한국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매일 빌었다. 물론 비상 상황을 대비하여 해열제와 약을 준비해 가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아픈 것과 타국에서 아픈 것은 심리적으로 차이가 크니까 절대 아파서는 안됐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녀석에 걸려버리면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할 수 없으니 나는 멕시코에서 12일을 더 체류해야 한다. (그때 들어가는 숙박과 식대 비용은 내가 부담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여러 가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멕시코 시티에서 체류하고 있었다. (보고 있나! 아에로멕시코!)
조식 때마다 능글맞은 할아버지 종업원들이 팁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호텔을 예약하면서 모든 service charge까지 이미 비용을 납부한 상태로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식당에서 팁을 요구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개에로멕시코에서 제공한 식사 바우처도 이런 tip을 포함한 모든 service charge가 포함된 것이었다. 나는 팁 문화도 없는 한국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오늘도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식당 종업원 : 아에로멕시코 식사 바우처를 사용했다는 영수증에 네 이름과 방 번호 그리고 네 사인을 여기에 해 줘
Sorita : 응, 여깄어
식당 종업원 : 아 그리고 팁은 말이야......
Sorita : 어, 나 팁 줄 돈 없어
식당 종업원 : 응, 팁도 전부 포함된 바우처니까 걱정하지 말고 밥 맛있게 먹어
Sorita : 고맙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원하는 아무 자리에 가서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한국에서 마시는 멕시코 원두로 내린 커피는 정말 맛있는데 이 호텔은 커피도 맛이 없었다. 차라리 커피 머신을 갖다 놓지, 종업원이 일일이 커피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따뜻한 우유 한잔 받기도 쉽지 않았다. 서비스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기계를 갖다 놓으라고 이 호텔에 의견을 내고 싶었지만 로비에 있는 몇몇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불친절했다. 이게 바로 자영업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인가 보다. 고객은 마음에 안 들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더한 고객은 나처럼 이렇게 공개적으로 호텔과 항공사에 대한 비판을 마구 적어놓지.
오늘은 인류학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인류학 박물관은 8년 전에도 갔던 곳인데 이번에 또 방문한다.
인류학 박물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다소 극적이다.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도중 멕시코 시티 인류학 박물관에 방문한 것을 보게 됐다. 엄청난 수행원들과 함께 인류학 박물관을 구경하는 모습을 본 나는 '대통령 정도는 되어야 저런 박물관에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소대리가 되어 인류학 박물관에 휴가 차 방문했고, 지금은 소차장이 되어 예정에 없이 또 한 번 방문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어도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류학 박물관이니, 멕시코 시티에 온다면 방문해야 할 곳 중에 또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인류학 박물관 입장료 역시 5천 원 정도 한다.
규모가 국립중앙박물관 정도이니 오전에 일찍 와서 오후 5시 문 닫기 전까지 둘러봐도 다 못 볼 수 있다.
멕시코는 올멕, 아즈텍 문명뿐만 아니라 마야까지 다양한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그래서 인류학 박물관에 오면 문명별로 정말 다양한 유적들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하루에 전부 다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여유 있게 입장해서 둘러보자.
태양의 돌은 쉽게 이야기하면 달력이다.
아즈텍 사람들의 우주관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유물임과 동시에 농경과 의식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돌에다가 정교하게 조각을 해 둔 기술이 대단하다. 이 정도로 발달된 문명만 잘 지켜나갔어도 멕시코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야외에도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도 시간에 쫓겨서 차근차근 보지 못한 채 오후 5시에 서둘러서 나오게 됐다. 다음번에 멕시코 시티에 온다면 이번에는 거꾸로 입장해서 빠뜨린 곳 없이 전부 보고 올 테다.
아쉬운 마음은 또 쇼핑으로 달랬다.
이 꽃은 몇 년이 지나도 색깔이 바라지 않고 모양도 틀어지지 않는다.
1송이에 2천 원씩 주고 샀는데 한국으로 모셔오기 힘든 점만 빼면 정말 예쁘고 마음에 든다. 이렇게 오버부킹의 셋째 날도 알차게 잘 보내고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