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부킹 둘째 날_멕시코 시티 수마야 미술관

서울에도 이런 미술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도전해봐?

by 문간방 박씨

오버부킹의 둘째 날, 나는 수마야 미술관에 가기로 결정했다.

혹시라도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건 아닌지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다행히 수마야 미술관은 문을 열었다고 했다. 이 미술관 역시 두 번째 방문이다. 새로운 곳을 가야지 왜 간 곳을 또 가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수마야 미술관은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명품들을 한 곳에 모아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에로멕시코 식사 바우처를 들고 둘째 날도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왔다.

식사 바우처를 내면 나의 방 번호와 이름 그리고 사인을 식당 직원들이 받아 가기 때문에 그들도 아이큐가 한 자리가 아닌 이상 내가 왜 이곳에 묵고 있는지 안다. 그런데 오늘도 식사를 마치자 다른 할아버지 한 사람이 와서는 팁을 요구했다.


아 놔 나 진짜 돈 없다고......


오늘도 뷔페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허연 빈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 많았다.

이렇게 일보다는 자기들끼리 모여서 잡담이나 하고 있는 직원에게 나는 팁을 절대 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서비스 역시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호텔 중 중하 수준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식기가 깨끗하지 않았고, 제 때 컵이나 음료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이 호텔은 멕시코 시티 공항 제1 터미널 바로 앞에 있다는 이유로 1박에 20만 원짜리 호텔이지, 나라면 절대 이 퀴퀴한 호텔에 묵지 않을 것이다. (만약 멕시코 시티 공항 근처에서 호텔을 이용하고 싶다면 제2 터미널 안에 있는 N*호텔을 이용하자. 가격은 20만 원 이하로 오히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별 시답지도 않은 인간들을 뒤로 한채 나는 오늘도 멕시코 시티 지하철을 이용해서 수마야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텅 빈 지하철 역이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혼잡하니 여유 있게 오전 10시 이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수마야 미술관이 있는 지하철 역에서 내리니 롱다리 야자수가 반겨주네


수마야 미술관은 멕시코 시티 부촌에 위치해 있다.

멕시코 사람들이 잘 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국의 한남동이나 평창동 하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ㅈㄴ' 잘 산다. 동네 분위기와 공기 냄새부터 다르다.


지하철 역에서 수마야 미술관까지 도보로 25분 정도 걸린다. 나는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씩씩하게 걷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동네에 왔다


수마야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일단 예술작품이다.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이 그의 건축가 사위에게 이 미술관을 짓게 했고, 그때 당시 돈으로 1조 원이 들었다.


카를로스 슬림은 로댕을 좋아해서 입구에서부터 로댕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숙소 가로 사이즈보다 훨씬 더 긴 작품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병풍인가? 세세한 그림 묘사에 이 작품 하나 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뒷면에는 또 다른 그림이 있다


수마야 미술관에서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표현한 로댕의 작품이다. 맨 위에 로댕의 대표작인 생각하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는 게 조금 웃기다


카를로스 슬림은 빌 게이츠보다 부자라고 하던데, 전 재산이 76조 정도 된다고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예술작품들을 수집했기 때문에 이 미술관에 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시작해서 로댕, 루카스, 모네, 마네,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디에고 리베라 그리고 각종 옷과 가구 수집품이 빼곡하다. 총 작품 수가 66,000점이 넘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건물 내부 계단은 새하얀 나선형으로 층을 오르내리면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멕시코의 유물과 그림도 많으니 멕시코 시티에 왔다면 꼭 수마야는 방문하기


왼쪽 그림은 살짝 한국의 시골 풍경 같기도 하지만 모네의 작품이다. 오른쪽은 대리석으로 매끄러운 여성의 몸을 조각한 것이 정말 사실적이었다


보고타에서 보고 멕시코에서 또 만나네. 언제나 딱 봐도 르누아르의 작품은 이렇게 티가 난다. 각종 로댕의 조각들이 맨 꼭대기 층에 널려있다. 보다가 질릴 수 있다
근육질 남성 세명의 조각 역시 로댕의 작품이다. 이건 파리나 런던에서 비슷한 작품을 본 기억이 있는데 아닌가?


왼쪽은 대리석으로 도시 풍경을 조각해놨다. 오른쪽 성화는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카를로스 슬림의 안목이 나와 비슷한 듯!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동통한 아이가 그려진 그림도 있다.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꽃 치장을 한 건가?


과거 멕시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그림도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원목 수납장이 너무 탐난다. 하지만 두 명의 군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장면이 묘사된 거 같아서 이 수납장은 마음에 담아 두지 않겠어


가톨릭 국가답게 곳곳에 성화와 조각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른쪽은 딱 봐도 루카스 작품이다


유럽의 르네상스 그리고 인상주의 회화관이 있기 때문에 종교적인 작품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딱 봐도 루카스. 개인적으로 루카스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루카스 작품은 전부 사진 찍어왔다


이 그림 역시 루카스의 작품이다. 자살하기 직전에 죽을지 말지 고뇌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망설이는 장면일까?


다른 박물관에서 보기 힘든 소장품도 볼 수 있다. 왼쪽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를 못 했다. 아시아 전시관도 있어서 중국과 일본 작품도 많이 봤다


수마야 미술관 역시 입장하기 전에 가방 속 소지품을 검사하지만, 음식이나 물은 따로 직원에게 맡기고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손 홀가분하게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니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수마야 미술관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파리의 로댕 미술관보다 훨씬 수준급인 작품들을 전시해 놨으니 (파리 로댕 미술관은 입장료도 받는다) 로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맨 꼭대기 층 (아마도 6층?)만 둘러봐도 로댕과 그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까지 볼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수마야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서 호텔에 도착한 후 나는 아에로멕시코에서 제공해 준 석식 바우처를 들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당에 근무하는 할아버지 직원들 사이에서 나는 독특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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