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센을 찾은 건 덤
적어도 나에겐 이 네 가지 단어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멕시코 시티에 오면 이곳이 멕시코인지 유럽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예술적인 건물들이 많다. 서울처럼 비슷비슷하고 길쭉길쭉하게 단순화된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멕시코에 있는 우체국마저 그러하다.
내가 자주 가는 회현역 신세계 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우체국 본사만 해도 그다지 멋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학생 때 우체국 본사 건물이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구경 갔었는데 대단한 볼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때 당시 우체국 본사 건물을 멋있게 지었다고 광고는 많이 했으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체국 본사 건물을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물론 서비스는 최고다. 멕시코랑 비교를 할 수는 없다.
이제 멕시코 시티에서 딱 하루가 남았기 때문에 (오버부킹으로 5일 간 더 체류하게 될 줄 전혀 몰랐을 때이다) 그날은 여유롭게 5년 전 방문했던 곳들을 하나하나 다시 리마인드 하면서 다니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우체국에 들어갈 때도 소지품 검사는 필수다. 총만 안 넣으면 통과시켜 주는 듯 하니 무조건 들어가 보자.
멕시코 시티에 있는 우체국은 120년 전에 지어졌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 멕시코 시티에 큰 지진이 일어나서 심하게 파괴가 되었다가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멕시코 시티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아주 조그마한 벼룩시장을 발견했다.
나는 외국에 나가면 의외로 한국 골동품을 찾으러 다닌다. 한국은 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골동품이 많이 파손이 되었고, 일본처럼 구곡과 같은 도자기를 여러 개 구워내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외국 사람들은 동양의 도자기는 전부 중국산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정말 헐값에 사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치도 않게 마이센 1등급 잔을 발견했다!
참고로 마이센은 '세계 3대 도자기'로 꼽히는 독일 명품 브랜드로 1710년에 탄생한 회사다.
푸른색 긴 칼 두 개가 교차하는 로고가 바로 이 백마크이고, 내가 멕시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이 마이센 잔은 1934년 이후 생산된 것으로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백마크로 언제 생산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잔을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던 아주머니는 그 가치를 잘 모르는 듯했다.
가격을 깎아서 18,000원에 구입한 나는 아주머니께서 신문지 한 장으로 대강 포장해주신 것을 덤덤하게 받아서 길 모퉁이를 돌자마자 내 카디건을 벗어서 소중히 감싸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지만, 생각지도 않게 득템을 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자유여행의 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