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동_임효묵
화성시 동탄 집에서 여유있게 나온다고 나왔지만, 약속 시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송정마을의 서쪽은 중랑천이 흐르고, 동쪽은 동일로 라는 6차선 대로가 지나는데,
동일로의 송정동서울숲아이파크 정류장에 내려 황급히 뛰어갔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어느 골목길로 가야할지 다음 지도를 통해 확인했고,
계획대로 앞만 보며 걸어갔다.
나는 최단거리의 골목길을 선택했고,
친구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계획에 한치의 오차도 생기면 안되었다.
대로의 횡단보도 신호가 금새 바뀌었고, 1차 위기는 벗어났다.
바로 골목길 입구(고바우생삼겹살과 CU편의점 사이)를 찾아 들어갔고,
토마토피자 집 뒷골목 쪽에서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방향을 꺽으려고 했다.
하지만 건물로 막혔다고 생각한 그 곳에 길이 있었다.
건물 안의 통로는 나에겐 한줄기 빛으로 보였다.
통로를 빠져나와 칠보양말과 가람빌 건물 사이 광나루로11길로 진입했다.
지도상으로 송정16길과 연결된 골목이었기에 옆에 큰 길(송정18길)은 쳐다보지도 않고,
의심의 여지 없이 전진했다.
하지만 골목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송정16길과 만나는 지점에 다다렀을때,
허리 높이까지 올라온 담장이 나를 가로막았다.
ㅇ ㅏ...... 막다른 골목이었다.
다시 돌아갈 것인가? 담을 넘을 것인가?
선택을 해야했다.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양 옆을 살펴본 후,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혹여 누가 보더라도 '도둑으로 의심은 될 것 같지 않겠지'라고 합리화 하며,
약간 힘들게 담을 넘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골목을 빠져나와 1유로프로젝트 건물에 드디어 닿았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
해냈다!
격자형 구조의 골목길로 만들어진 송정마을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난 막다른 골목에서
작은 '골목길',
혹은 '통로',
혹은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공간'(아무도 길이라 부르지 않는 그 어떤 공간)의 중요성을 느꼈다.
나는 외지인으로 방문한 것이었지만,
송정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마주치게 되는 골목이다.
언제가 뉴스에서
사유지(공간)을 막아 초등학생들의 통학로가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동네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걸어야 했다.
건물도 사람이 만들고,
골목도, 마을도, 도시도 사람이 만든다.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 골목이 막히기도 하고, 골목이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막다른 골목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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